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과 관련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다만 씨티은행 전체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여 최종 인수까지는 ‘첩첩산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씨티은행은 ‘단계적 폐지’ 실행을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면서 이르면 7월 출구전략의 실행 윤곽을 제시할 계획이다.
3일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오후 정기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전략에 대해 논의했다”며 “현재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했지만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은행은 “접수된 인수 의향서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 입찰대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최종 입찰대상자들의 상세 실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의 통매각, 일부 매각 모두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 모바일뱅킹이 늘면서 은행들이 가뜩이나 인력과 지점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씨티은행을 통으로 인수할 경우 인력과 지점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도 인수합병(M&A)보다는 코로나19 대응 지원을 강화하라는 기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씨티은행이 WM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고 하지만 WM 고객은 여러 은행과 중복해 거래를 하기 때문에 WM을 인수한다고 해서 신규 고객이 대폭 늘어날지도 미지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WM 부문을 인수하기보다는 씨티은행에 소속된 경쟁력 있는 프라이빗뱅커(PB)를 개별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PB가 통상 자신의 고객을 끌고 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분리 매각의 경우 유력하게 거론됐던 현대카드와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공개적으로 “추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도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최종 인수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씨티은행도 자료를 통해 “이사회와 경영진은 출구전략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객 보호 및 은행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온 직원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점과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고객 및 직원 모두의 이익에 반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인수의향서를 낸 곳은 있지만 고용승계에는 난색을 표했다는 점에서 매각하는 것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씨티은행은 “고객과 직원을 위한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며 “진행상황에 다소 변수가 있을 수 있으나 7월 중에는 출구전략의 실행 윤곽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인수의향서를 낸 곳과 세부적인 조건 등에 대해 논의를 한 후 조건이 괜찮다면 최종입찰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계적 폐지 가능성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협상 조건이 맞지 않으면 청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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