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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손익은 직접 계산해라"…이용자 편의 외면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 암호화폐 실현손익 확인 기능 없어

투자자들이 직접 거래내역 통해 실현손익 계산

평가손익은 보여주고, 실제 손익 확인은 까다로워

투기 조장 유도...수수료 수입 극대화 거래소의 꼼수?

투자자들 “하루 수백원 버는 거래소, 이용자 편의 외면” 불만

사진출처=셔터스톡




# 직장인 김우정(가명) 씨는 최근 매도한 비트코인의 실현 손익을 확인하려다 제풀에 지쳐 포기했다.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아무리 살펴봐도 실현 손익을 보여주는 메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투자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한 김 씨는 “암호화폐의 실현 손익은 엑셀 시트에 직접 숫자를 넣고 계산해야 한다”는 다른 투자자의 조언을 듣고나서야 거래소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수수료 수입과 직결된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놓고 건전한 투자 습관을 길러주는 실현 손익은 왜 제공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암호화폐거래소가 제공하는 모바일 거래 앱 가운데 투자자의 실현 손익을 표기해주는 앱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유 중인 암호화폐의 평가손익과 수익률은 실시간으로 공개되지만 매매가 이뤄진 암호화폐의 실현 손익은 앱상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 빗썸만 PC 홈페이지를 통해 기간별 실현 손익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이 모바일 앱을 이용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현손익 기능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의 글./사진=블라인드 캡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현 손익을 알고 싶은 투자자들은 거래 내역에 기록된 매매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번거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거래 내역을 넣으면 자동으로 실현 손익을 계산해주는 엑셀 파일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족보’처럼 나도는 이유다. 하루에만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이면서 이용자 편의는 외면한 거래소의 행태가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투자자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직장인들이 모이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거래소를 성토하는 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수수료는 따박따박 떼가면서…고객 편의는 외면한다”고 꼬집었고, 또 다른 이용자는 “기술적으로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너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실현 손익 조회 기능은 이용자 편의 제고 측면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건전한 투자 습관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실현 손익은 투자 활동의 결과물이다. 내 자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손실은 얼마나 되는지를 점검할 수 있어야 계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자사의 주식 거래 앱에 실현 손익을 기간별로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거래소들은 매매에 대해서만 주식 거래 앱처럼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놓고 실현 손익 기능과 관련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 거래소들은 실현 손익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투기를 유도해 거래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시시각각 요동치는 평가손익은 보여주면서도 실제 손익 확인은 까다롭게 해 투기성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평가손익에 일희일비하는 신규 투자자들이 많은 암호화폐 시장의 경우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도박장에는 시계가 없다는데, 우리를 도박꾼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업비트 관계자는 “실현 손익 확인 기능을 제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계속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능을 추가해나갈 것이며 해당 기능도 넣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블라인드 캡쳐


거래소가 실현손익 기능을 제공하지 않자 투자자들이 만든 실현손익 자동 계산 엑셀 시트는 ‘시험 족보’처럼 투자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공유된다. /사진=블라인드 캡쳐


암호화폐 특성상 해당 기능을 지원할 수 없다는 해명도 나왔다. 코빗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경우 중도에 가상자산을 입출금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 실현손익 계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를 다른 지갑 주소로 입출금할 경우 그 매수금액을 추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암호화폐 투자자는 거래소 내부에서 매매만 할 뿐 다른 지갑 주소를 이용해 입출금 하는 경우가 드물고 거래소를 통한 매매 내역을 따로 분류해 확인할 수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정우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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