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식량주권을 지키는 '우리 품종'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식량(Food)은 무기(Fire)·연료(Fuel)와 함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3F’로 불린다. 식량이 무기로 변할 때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치명타를 입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밀 수출 동결이 소련을 붕괴시킨 요인 중 하나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식량 위기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한 가지다. 지난해 초 우려했던 세계적 식량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국가들은 식량 부족 상황에 대응해 식량 수출 제한과 중단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자주 거론된다는 것은 식량 안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식량 공급망 유지와 식량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안정적인 먹거리는 제2의 국방과 다름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지난 2019년 기준 45.8%다. 농업 인구는 줄었고 고령화된 데다 농경지 면적도 감소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감염병의 등장은 식량 자급률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식량은 공산품과 달리 단기간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산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현명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 469종의 신품종을 개발(출원 건수 제외)했다. 이렇게 개발·보급된 신품종은 농산물의 단위 생산량을 크게 증가시켰고 농업인의 소득 향상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10개 품종(벼 ‘신동진’, 콩 ‘대원’, 사과 ‘홍로’ 등)을 농가에서 재배함으로써 나타나는 국민 경제 파급효과를 산출해보니 연간 4조 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농진청 연구 예산이 연간 6,500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농업 연구가 경제·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력과 기여도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국산 종자가 개발되면 외국에 지불하던 로열티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국산 종자의 해외 수출길이 넓어짐에 따라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13개 작목에 대한 로열티 약 180억 원을 지불했지만 2020년에는 45% 감소한 97억 원에 그쳤다. 일본산 품종 점유율이 80%를 웃돌았던 딸기는 지난해 기준 국산 품종 보급률 96%를 달성해 종자 독립의 성공 신화로 자주 인용된다. 국산 품종 보급률이 44%에 머물렀던 버섯도 지난해 58%로 확대됐다. 국산 마늘 품종 ‘홍산’은 외래 품종에 비해 당도와 기능성 성분 함량이 높아 우수 품종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라는 책에는 ‘작은 한 톨의 씨앗이 인류를 생존하고 번성하게 했으며 부와 권력, 빈부 격차와 계급을 만들어냈다’고 적혀 있다. 그뿐이겠는가. 씨앗은 문명을 태동시켰고 국가 생성과 발전을 이끌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품종은 우리 농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이다. 한 톨의 씨앗이 국력과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