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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거래소 줄폐쇄 눈앞인데…당국은 투자자 보호 뒷짐

[금융위, 암호화폐 관리감독 첫발]

자금세탁 방지 방점 기존체계 유지

국회 금융상품 수준 보호책 논의에

당국 "투기시장 제도화 우려" 난색

지난 4일 암호화폐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관리·감독 체계 주관 부처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암호화폐거래소의 시세 조종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의 직접적 처벌 대상으로 추가하는 등 규제의 범위를 소폭 확대했다. 하지만 자금 세탁 방지 영역만을 규제하겠다는 기존 방침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허위 공시 등의 불공정 거래행위는 거래소가 직접 솎아내야 한다. 오는 9월 이후 거래소 ‘줄폐쇄’로 많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규제 체계의 범위가 넓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3일 암호화폐거래소 대상 간담회에서 거래자 보호 방안 등을 사업추진계획서에 반영해 신고하도록 하는 ‘권고 사항’을 안내했다.

간담회는 지난달 28일 있었던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정부는 당시 금융위를 암호화폐 관리·감독 주관부처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FIU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암호화폐거래소 19곳과 전자 지갑 업체 1곳을 대상으로 사업자 신고 관련 세부사항을 안내한 것이다. 규제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코인 ‘자전거래’와 임직원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 정도에서 그쳤다. 자금 세탁 방지에만 방점을 둔 기존 규제 체계 그대로다. 암호화폐 관련 불공정 행위는 일차적으로 거래소가 걸러내는 역할을 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후폭풍은 실명 계좌를 발급한 은행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실명 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하면서 대부분의 거래소가 폐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후보군은 3분의 1로 줄었다. 정부가 파악한 국내 거래소 60여 곳 중 금융 당국의 간담회에 참석한 곳은 19곳에 불과하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의 기본 요건인 ISMS 인증도 못 받은 나머지 거래소는 폐쇄를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코빗·코인원 등 ‘빅4’와 나머지 1개 거래소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나 대표이사 등의 불법행위도 심사 대상인 만큼 빅4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래소 줄폐쇄가 현실화하면 투자자 피해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살아남은 거래소에 송금할 수 있는 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잡코인’은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막힌다. 운영업체에 해당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금융 당국이 줄곧 거래소 폐쇄라는 경고장을 날려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 체계가 훨씬 넓어질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인가·등록제를 통해 거래소를 규제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김병욱·양경숙 의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나 장내 파생 상품에 준하는 만큼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 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규제 체계를 일반 금융 상품 수준으로 확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시세 조정 행위의 경우 감독 당국의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24시간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거래에서 이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투기적 성격이 짙은 암호화폐를 국가가 공인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문제에 정통한 한 정부부처의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직접 법으로 명문화하면 국민이 암호화폐를 일반 금융 상품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 정부가 투기 시장을 제도화한 꼴이 된다”며 “국가 공인 이후 투기가 재발했던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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