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과 발전을 위해 대국민 공모전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선택해 어젠다 설정에 나섰다. “대한민국의 미래, 내가 바꾼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하는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은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가 주도하는 최초의 대국민 공모전이자 적극적인 소통 행보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최 회장이 취임한 후 눈에 띄는 첫 행보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고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했다”며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예전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부스터 효과를 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공모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계 등) 내부 몇 사람의 고민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집단 지성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번 공모전의 목표가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인 만큼 일반적인 스타트업 창업 경진대회와는 평가 기준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투자 매력이 있는 프로젝트로 금융권 참여가 가능하거나, 최소한 시중금리 이상의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안이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첫 행보가 하의상달(bottom-up·보텀업)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국민 공모전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취임 직후에 진행한 지난 3월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저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노동계와 시민 단체, 정부 등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셔야 한다”고 언급하며 소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아울러 여건이 된다면 방송사와의 협업 등을 통해 국민 참여를 촉진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도 이번 공모전의 특징이다. 일반 국민 또는 기업 구성원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A4 용지 1~2장 분량으로 아이디어를 적어 내거나 영상으로 만들어 공모전 홈페이지에 제출하면 된다. 심사는 총 3단계로 진행되며 최종 심사는 대국민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렇듯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국민 공모전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데는 최 회장을 보좌하는 상공회의소 회장단의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모전에 대한 최 회장의 제안을 듣고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회장단 가운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등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들의 멘토로서 활약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이번 공모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사전 준비 형식의 ‘프리 오디션’도 진행한다. 이 프리 오디션은 프로야구가 정규 시즌의 막이 오르기 전에 시범 경기를 펼치듯 7월 중순까지 기업 부문 응모작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선정된 제안은 9월 말까지 접수하는 대학·일반부 수상 제안과 겨뤄 11월 말 최종 대상을 가리게 된다. 최종 선정 아이디어 가운데 대상은 1억 원, 최우수상은 3,000만 원, 우수상은 1,000만 원 등 총 10개 수상작에 2억 2,900만 원이 수여된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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