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PK) 소속 국회의원들이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을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박재호·최인호·전재수·이상헌·김두관·민홍철·김정호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유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인터뷰로 지방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며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 발전을 최우선적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 국무위원의 믿기 힘든 수도권 일극 주의적인 발언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건희 미술관을) 수도권에 건립하겠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비수도권 지방민들의 문화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확대하고, 문화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가속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지방소멸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분권과 지방 균형 발전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문화·예술 분야 자치분권이 강화되고 지방민들도 문화예술을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진정한 국민통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이건희 미술관의 PK 설립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체부 장관은 삼성가(이건희) 미술관 서울 수도권 건립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강기윤·강민국·권명호·김기현·김도읍·김미애·김태호·김희곤·박대출·박성민·박수영·박완수·백종헌·서범수·서병수·서일준·안병길·윤영석·윤한홍·이달곤·이주환·이채익·이헌승·장제원·정동만·정점식·조경태·조해진·최형두·하영제·하태경·황보승희 의원 등 32명에 달한다.
의원들은 “문체부 발상이야말로 국토 균형 발전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정책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수도권 건립검토 발언에 이어 서울의 구체적 지명까지 언급하는 문체부 장관의 일방통행과 불통에 문화 분권, 동등한 문화 향유 권리를 기대해온 부·울·경 시·도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PK 의원들은 “고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명품 미술 컬렉션은 대한민국 정부가 이루지 못한 문화 균형 발전을 대한민국 전역의 시민들에게 제공할 절호의 기회”라며 “스페인 빌바오 사례에서 보듯이 미술관 하나가 지역의 운명을 바꾸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술관이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미술관 중의 하나에 불과하겠지만, 동남권에 온다면 국토 균형 발전 문화 한국 내 제2의 빌바오가 될 수 있다”며 “더욱이 문체부 장관이 지역의 유치 과열, 예산 낭비를 걱정한 것은 지역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의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경남 의령군이 고향이고 고 이건희 회장은 경북 대구 출생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건축비 2,500억 원을 지원하는 조건을 내걸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여수시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인천과 수원, 과천, 오산, 의정부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작품은 국보급 문화재 등 2만 3,000점이 넘고 가치는 2조 5,000억 원에서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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