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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용구 전 차관 ‘증거인멸교사 혐의’ 송치…꼬리 자르기 논란 불가피(종합)

택시기사도 증거인멸혐의…참작사유 명기

사건 담당경사는 특수직무유기 혐의 적용

과장·팀장 수사심의위 회부…서장은 감찰

“부정청탁이나 수사 외압은 없었다” 결론

택시기사 폭행사건 이후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새벽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이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폭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난 택시기사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하되 폭행 피해자라는 점을 참작사유로 명기하기로 했다. 다만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초경찰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사실을 알고도 진상조사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며 허위보고한 점이 확인됐음에도 담당경사에 대해서만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결국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청에서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최초 사건처리를 담당했던 서초경찰서 A경사는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조치 없이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12월 19일 이후 진상파악 과정에서도 A경사는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시 서초서 서장과 과장, 팀장 등은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건 종결 시까지 사건 내용을 상위 기관인 서울경찰청 수사부에 보고하지 않은 게 확인됐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수사규칙상 변호사와 관련된 사건은 서울경찰청에 보고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담당 과장과 서장은 ‘서초동에 변호사가 워낙 많다보니 비슷한 사건도 많아 보고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A경사에 대해서는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 결정하고, 과장과 팀장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자문을 받기로 했다.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고의적인 의무 방기’가 입증돼야 하는데 과장과 팀장은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돼 혐의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경찰은 보고의무 위반과 부적정한 사건처리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당시 서장과 과장, 팀장을 감찰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즉각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시 경찰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구체적 신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진상조사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며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조사단은 사건에 부당한 개입이나 외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전 차관과 서장을 포함한 대상자들의 통화내역 총 8,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이 전 차관이 출석일정 조율을 위해 A경사와 통화한 것 외에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건에 영향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는 통화 상대방에 대해서도 통화사유와 사건개입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진상조사와 동시에 수사를 진행한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교사 혐의 사건은 혐의가 인정돼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택시기사 B씨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B씨가 폭행사건의 피해자라는 점과 가해자 요청에 따른 행위였던 점을 참작사유로 명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이첩받았고, 진상조사를 담당하는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전 차관이 받고 있는 또 다른 혐의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현재 경찰이 이 혐의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특가법 위반 혐의 판단을 위한 조사와 증거 확보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자료를 검찰에 보내서 충분히 공유할 계획”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조사단은 앞서 사건 처리 과정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기 위해 A경사와 팀장, 과장을 특수직무유기,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택시기사 B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입건하는 등 총 91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 당사자들의 휴대폰 12대와 PC 17대, 서초서 폐쇄회로(CC)TV 등을 포렌식하고 조사 대상자들의 통화내역도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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