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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수소경제 게임체인저 될 것"…4개 그룹 총수들 뭉쳐 '40조 의기투합'

■수소기업협의체 9월 출범

"각개전투론 생태계 조성 뒤처져"

정의선 회장, CEO들 잇따라 만나

협의체 결성·대규모 투자 이끌어

생산·소비 가치사슬 조성 협력해

'글로벌 수소산업 선점' 강한 의지

정의선(앞줄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심항공교통(UAM)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차와 SK·포스코·효성 등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들이 10일 현대차 기술 심장부인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수소생태계 구축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은 ‘수소경제를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각 그룹 총수들은 수소기업협의체를 오는 9월 출범시켜 수소사회 구현을 앞당기기로 이날 뜻을 모았다.



4개 그룹 총수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수소산업이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무르익지 않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각자 알아서 싸우는 ‘각개전투’ 식으로는 생태계 구축이 너무 더디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에 동맹을 구축해 각 기업이 가진 역량을 활용, 기술적인 장벽을 낮추고 빠른 사업 진출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생산부터 공급·유통, 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소동맹은 글로벌 미래 산업 경쟁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각기 기존 사업에서의 탄탄한 입지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도전적인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의체 구성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앞서 5대 그룹 총수와 연달아 만나 수소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이번 협의체 결성을 주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사회처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기업 간 동맹을 맺으면 빠르게 생태계에 진입하고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각 사의 역량과 자원을 공유해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 간 협업 사례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개 그룹 중심 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국내 수소경제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일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의체 설립을 주도하는 4개 그룹은 수소사회 저변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했으며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50만 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 기를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상용 수소전기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 있는 신차를 연이어 선보일 방침이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3년 부생수소 3만 톤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친환경 청정수소 25만 톤을 포함, 총 28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205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 500만 톤, 수소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통해 2050년까지 사업장 탄소 배출 제로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효성그룹은 수소의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2023년까지 글로벌 기업 린데와 함께 울산 용연 국가산업단지에 연산 1만 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립하며 전국 30여 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를 세우는 등 수소 공급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각 그룹의 강점을 살린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주요 사업장에서 쓰이는 운행 차량 1,500대를 단계적으로 현대차가 만든 수소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인천·울산 지역의 트럭 물류 거점에 수소충전기 1기씩을 설치하고 향후 전국 SK주유소에 수소충전기와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제공=현대차


대규모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대규모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과 연료전지 발전소 등에 18조 5,000억 원을 투자하고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R&D),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에 10조 원을 투자한다. 효성은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과 액화 충전소 보급 등에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국내 주요 기업이 앞다퉈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2050년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수소시장이 2050년 2조 5,000억 달러(약 2,2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가 경제구조를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수소는 기술 제한과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규모의 경제’가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현재 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거나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에서 얻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소차와 발전 등 상업적으로 활용될 만큼의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활용 분야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정기대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수소 생산·운송·저장 등 밸류체인에서 자체적인 기술이 없다 보니 일본이나 호주 등으로부터 상용화 기술을 사와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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