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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IB씨] 토종 벤처캐피탈, 뤼이드 투자 왜 손정의에 뺏겼나

1조 기업 유니콘 늘어도 해외 투자자가 과실

교육용 AI 뤼이드 국내 먼저 투자했지만 후속 투자는 소뱅 앞질러

투자 알아보는 눈 키우고 불필요한 절차 줄여야





오늘은 유니콘 투자에 대해 썰을 풀까 합니다. ‘왜 국내 투자자는 유니콘에 투자하지 못할까’란 질문에서 출발해 볼까요. 유니콘, 즉 빠르게 성장해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는 스타트업을 뜻하죠. 유니콘도 창업 직후 초기 지분투자는 10억 원도 안 되는 금액에서 출발합니다. 그런 기업의 전체 가치라고 해봐야 수십억 원에 불과하죠. 그런 기업이 1조원이 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초기 투자자는 엄청난 투자 차익을 버는 겁니다. 게다가 전세계를 놀래킬 혁신 기업을 키웠다는 명분도 얻게되죠. 그야말로 돈만 밝히는 졸부가 아닌 인사이트 있는 선지자 대접을 받는 겁니다.

아쉬운 것은 최근 국내에 등장한 유니콘 뒤에서 과실을 먹는 이는 대부분 외국 벤처투자자(VC) 라는 사실입니다. 최근에도 안타까운 사례를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산타토익’으로 알려진 스타트업 뤼이드(Riiid) 얘기입니다. 뤼이드는 최근 글로벌 벤처 투자 규모 1위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서 2,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소뱅은 뤼이드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봤는지 공개하진 않았지만 1년만에 4~5배로 뛰어 유니콘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CB인사이트가 선정한 100대 인공지능(AI)기업 이미지에 뤼이드 로고가 보입니다.


뤼이드는 지난해 국내 투자기관인 KDB산업은행·엔베스터·인터베스트·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0억 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뤼이드가 훗날 소뱅 같은 곳에서 1조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 받길 기대하며 투자한 것인데요.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소뱅이 들어온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1년 만에 뤼이드의 기업가치가 커지긴 했지만 애초 기대한 ‘대박’ 에는 못 미쳤죠.

특히 한 국내 투자자는 후속 투자를 소뱅보다 먼저 논의 중이었는데, 소뱅이 발빠르게 투자를 결정하면서 투자 기회를 놓쳤습니다. 소뱅보다 먼저 뤼이드를 알고 한 차례 투자까지 했지만 추가 투자 기회를 소뱅에 뺏긴 셈입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소뱅은 손정의 회장 주도로 단숨에 투자를 결정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줄이고 돈은 풀면서 압승한 것입니다. 2,000억 원은 큰 돈이지만 소뱅 비전펀드에서는 최소 투자 단위라고 하네요.

손정의 회장님! 어떻게 전세계의 비웃음을 물리치고 투자에 성공하나요.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서 오나요.




반면 당시 투자를 검토한 국내 대형 투자기관에서는 최대가 1,000억 원 정도였습니다. 또 일부 기관은 전체 임원이 참여해 투자를 결정하기도 하는데, 이 자리에는 벤처 투자 아닌 다른 부서 임원도 참석합니다. 투자 절차가 복잡하고 설명할 것도 많은 회의가 이어지는 구조죠.

소프트 뱅크는 최근 장영준 뤼이드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화상을 통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에게 교육 테크 시장의 잠재력, 뤼이드 기술의 차별성 등을 설명하면서 본격적인 투자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100조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포부에 손 회장이 “끝까지 돕겠다”고 화답하며 투자가 최종 결정됐다고 합니다.

뤼이드가 처음 창업한 2014년. 국내에 토익 교육 앱은 야나두·시원스쿨 등 토익교육 여럿 있었습니다. 뤼이드의 산타토익 역시 그 중 하나로 여겨졌죠.

산타토익의 모바일 앱 화면입니다.


뤼이드는 AI를 통해 인강(인터넷강의)의 한계를 극복한 스타트업입니다. 학습자가 혼자 앱으로 공부할 때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멈추는지 분석해 이탈률을 낮추고, 집중도를 높이도록 유도했습니다. 학습자마다 오답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점에 천착했습니다. 학습자의 실력 증대에 따라 어떤 항목 공부를 줄이고 늘릴지 동선을 짜줬습니다. 기술 개발도 뛰어났지만, 이걸 상용화해서 학습자의 지갑을 여는 과정을 증명한 점이 주목 받았습니다. 산타토익의 가입자는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들의 데이터는 다시 AI 개발의 토대가 되겠죠.

뤼이드는 더 나아가 출제자 입장에서 학습자의 오답 가능성을 예측해 객관식 평가에 대한 비용을 낮췄습니다. 미국 대학수학능력평가(SAT)에 대비하는 해외 교육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 이유죠. 사실 뤼이드는 학습자보다 교육기업을 상대로 한 비지니스에서 더 큰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소뱅의 투자를 받은 지금 뤼이드는 소뱅 효과 때문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투자 업계 중론입니다. 국내 VC들도 고민이 깊습니다. “투자심사를 할 때 나이 먹은 사람은 아예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 한 1세대 VC 관계자의 말입니다. “국내 VC 중에서 그나마 큰 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곳이 1세대 VC인데, 2000년 대 벤처 붐 성공에 안주하다 보니 그 이상 나가지를 못합니다. 스타트업은 쏟아지는 데 무엇이 혁신이고 아닌지 구분하기 점점 힘들어지네요”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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