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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치악산을 단숨에 걷는 둘레길

한가터 인근 잣나무 숲 한 가운데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방문객들이 걷고 있다.




요즘에야 원주에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지만 예전에는 ‘원주’하면 치악산이었다.

치악산은 지난 1984년 우리나라에서 열 여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만큼 산세가 수려하지만 강원 내륙의 대표적인 골산(骨山)으로 등반이 만만치 않은 편이다. 몇 해 전 비로봉(1,288m)에 오를 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깎아지른 바위들이 솟아 있고 경사가 급해져 숨이 가빠지던 기억이 또렷한데, 치악산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이 뚫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5월에 완공된 둘레길은 11개 코스, 139.2㎞에 달하는 길로 5년간 71억 원을 투입해 완성된 코스다. 치악산 대부분이 원주에 속해 있고 원주시와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사업을 주도한 만큼 대부분 구간이 원주시 관내를 지나지만 일부 구간은 이웃하는 횡성군과 영월군을 지나기도 한다.

139.2㎞를 완주하려면 하루에 20㎞씩 산길을 걸어도 7일이 꼬박 걸린다. 기자는 차를 이용해 주요 포인트에서 내려 짧은 거리를 트레킹하는 방식으로 돌아봤다.

용소막 성당은 풍수원 성당과 원주 성당에 이어 강원도 내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성당이다.


제일 먼저 둘러 본 곳은 7코스(석기동~신림공원~용소막 성당)가 끝나고 8코스가 시작되는 용소막 성당이다. 용소막 성당은 풍수원 성당과 원주 성당에 이어 강원도 내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성당으로 1904년 프와요 신부가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하면서 공소에서 성당으로 승격했다. 처음에는 초가였다가 벽돌 건물로 증축됐고, 1986년 5월 23일 강원도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8코스(거북바우길)는 용소막 성당~구학산주차장~석동종점으로 이어진다. 8코스는 해발 983m, 구학산 7부 능선에 조성돼 울창한 숲이 햇볕을 가려 시원한 그늘 길로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다음 둘러본 곳은 1코스 국형사 입구다. 1코스는 국형사~원주얼광장~상초구주차장으로 이어지는데 입구에는 나무 데크를 깔아 장애인들을 위한 둘레길을 조성해 놓았다.



관음사가 두 벌을 보관하고 있는 108염주는 한 벌의 무게가 무려 7.4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염주다.


국형사(國亨寺)는 신라 경순왕 때 무착대사가 고문암(古文庵)으로 창건한 후 조선 태조 때 국형사로 세를 확장했다. 국형사는 국향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亨(형통할 형)’자를 ‘享(누릴 향)’으로 오독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국형사가 맞는 이름”이라는 것이 동행한 목익상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국형사는 정종의 둘째 공주인 희희공주가 폐병에 걸린 후 요양을 와 백일기도를 드리며 이곳 약수를 마셔 완치되자 정종이 이를 기뻐해 절을 중창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국형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관음사도 들러볼 만하다. 관음사는 1960년대 들어 창건된 절이다. 역사가 짧고 규모도 작은 절이지만 이곳에는 매우 특이한 볼거리가 있다. 이름하여 ‘108염주’다. 재일 교포 임종구 씨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수령 2000년짜리 ‘부빙가’ 원목을 깎아 만든 것인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가장 큰 구슬인 모주는 지름 74㎝에 240㎏이나 되고 모주 좌우로 지름 45㎝, 45㎏짜리 구슬 108개가 동아줄로 연결돼 있다. 한 벌의 무게가 무려 7.4톤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염주다. 2000년 5월에 똑같은 염주 세 벌이 만들어졌는데 하나는 일본 화기산 통국사에 있고, 각 한 벌씩 남북한에 봉안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두 벌 모두 이곳 관음사에 소장돼 있다.

11코스의 백미는 한가터 인근 잣나무 숲으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국형사는 치악산 둘레길의 시작점이자 종점이어서 마지막 11코스로 진입할 수도 있다. 11코스로 들어서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거쳐 한가터~당둔지주차장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길은 경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만들어 대체로 평탄한 만큼, 힘들지 않게 주파할 수 있다.

11코스의 백미는 한가터 인근 잣나무 숲이다. 쭉쭉 곧게 뻗은 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글·사진(원주)=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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