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카드 수수료율) 재산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등을 의식해 정치권의 수수료 인하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과 업계 간 논의가 구체화 되기도 전에 카드사 노동조합까지 나서서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노동조합, 신한카드노동조합, 우리카드노동조합, 하나외환카드노동조합, 현대카드노동조합, BC카드노동조합, KB국민카드노동조합 등 7개 카드사 노동조합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드노조협의회)’를 지난 25일 공식 출범했다. 이 가운데 우리카드노조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이고 나머지 노조는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소속 지부다.
양대 노총이 손을 잡은 건 올해 말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수수료 인하를 막기 위해서다.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선심성 공약으로 툭하면 카드 수수료 인하를 남발해왔다”며 “그 결과 카드 수수료가 과거 대비 3분의 1 수준인 1% 중반대까지 인하하고 그에 대한 부담을 자본인 카드사가 카드노동자에게 전가해 몇 년간 인력감축, 비용절감 등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조달금리와 운영·관리 비용 등을 고려한 적격비용을 산정해 3년마다 카드 가맹점수수료를 조정해오고 있다. 카드사의 자금조달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파악해 해당 원가에 맞춰 가맹점이 부담해야 할 카드 수수료율 수준을 재조정한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원가분석 작업을 위해 회계법인을 선정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7~8월 중 회계법인이 내놓은 연구용역 결과물을 바탕으로 관계기관 합동 TF가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논의·발표한다. 개편된 카드수수료율은 오는 2022년부터 적용된다.
내년 수수료율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연구용역의 초안이 나오기도 전에 카드사 노조가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카드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2018년 수수료 산정 작업 때 수수료 인하가 결정된 후 노조에서 반대 행동에 나섰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노조가 TF에 참여해 논의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사전적인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카드노조협의회를 출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수료가 또 인하될 경우 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BC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697억 원으로 전년보다 40% 줄었다. 매년 신입 공개채용을 진행해온 하나카드는 지난번 수수료 인하 이후인 2019년 처음으로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카드 수수료는 0.8%~2.3% 수준이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는 각각 1.02%~2.39%, 2.2%~3.7%의 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업계에서는 카드사에 제공하는 수수료 0.8%~1.6%를 제하더라도 간편결제가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실제 논의 과정에서 이같은 반대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의 일환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연 매출 1억 원 이하와 1억~2억 원 구간을 신설하고 요율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업종별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 ‘주유소 카드수수료 인하’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현행 주유소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5%에서 1%로 인하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논의가 본격 진행되면 대형 가맹점에서도 수수료 인하 주장이 나올 것”이라며 “이미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상황에서 카드사의 부담만 떠안는 지금 같은 제도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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