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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30%에 세계 선박 中 몰린다”···韓 패싱에 부산항은 눈물 바다 [서종갑의 헤비뉴스]

■물류대란 부산신항 르포

지난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에 하역이 지체된 컨테이너들이 최대 6단 높이로 쌓여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해운 물류 대란으로 국내 최대 물류 항구인 부산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3일 부산 중구 HMM 부산지역본부 선박종합상황실을 방문했습니다. 디지털 현황판에는 HMM 소속 선박 100여 척과 HMM이 속한 세계 3대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선박 위치가 초록색(1척)과 노란색(10척 이상), 붉은색(25척 이상) 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란색과 붉은색 점은 유독 한 곳에 몰려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 항만입니다.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니, 답은 돈이었습니다. 중국의 수출 기업이 선박을 잡기 위해 프리미엄 30%를 얹어주니 글로벌 선사들은 임시 선박을 편성하는 족족 너나없이 중국으로 달려간다고 했습니다.

中 기업 임시선박까지 선점…글로벌 선사들 ‘코리아 패싱’


중국으로 선박이 몰리면 우리나라 수출업체는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미국·유럽행 임시 컨테이너선은 통상 중국에서 먼저 선적하고 부산신항에 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만 들러도 만선이 되니 부산신항을 들르지 않게 됐다고 합니다. 부산신항 물류난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뾰족한 타개책은 없습니다. 경기 회복에 전세계 물동량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항만 적체 현상은 풀릴 기색이 안보여서입니다. 하역 작업도 늦춰져 컨테이너와 선박 모두 발이 묶였습니다. 국내 수출기업, 부산신항이 물류대란에 신음하는 이유입니다.

물동량 첫 200만 TEU 넘어, 배 없는데 재고 쌓여 ‘초비상’


문제는 하반기부터입니다. 물동량은 늘어나지만 실어나를 선박이 부족한 현상이 올해 내내 계속될 전망이어서입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 3월 부산항 물동량은 200만 7,000TEU로 집계 이래 처음 200만 TEU를 넘겼답니다. 지난달에도 200만 1,000TEU를 기록, 물동량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중입니다. 부산항에 물동량이 쏟아지는 건 미국, 유럽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려는 수출 물량이 몰려서입니다. 연말 추수감사절, 성탄절을 앞두고 부산신항으로는 더 많은 물량이 몰릴 전망입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이 자국 물량을 우선 수출하려고 비싼 값에 선박을 잡아대니 물량도 적고 추가 운임 지불 여력도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고역이다”며 “미국·유럽 유통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재고를 쌓는 하반기에는 물류대란이 2배는 더 심각해질 거라 본다”고 말했습니다.

中 ‘웃돈’ 얹어 선박 싹쓸이…“정부차원서 장기계약 장치 필요”


지난 23일 부산 중구 부산신항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최대 15.5m까지 쌓여 있다.


HMM 부산지역본부에서 차를 타고 1시간을 달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으로 갔습니다. 터미널 게이트로는 항만 야적장에 컨테이너를 적치하려는 트레일러들과 야적장에 쌓인 컨테이너를 싣고 나가는 트레일러들이 개미 떼처럼 분주하게 오갔습니다. 오후 2시부터 5분 동안 게이트를 지나간 트레일러만 줄잡아 100여 대에 달했습니다. 컨테이너를 쌓아놓는 야적장은 한눈에 봐도 포화 상태였습니다. 53만 3,000㎡, 축구장 70개 규모의 야적장에는 빈자리 하나 없이 컨테이너가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통상 항만 야적장은 이동 및 관리 수월성을 위해 컨테이너를 3~4단 높이로 쌓습니다. 그러나 부산신항 터미널에는 6단(약 15.5m)까지 컨테이너가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크레인은 불과 수십 ㎝ 간격을 두고 컨테이너산 위를 오갔습니다. 작은 오작동이라도 일어나면 충돌이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컨테이너 6단까지 켜켜이 쌓여…축구장 70개 규모 야적장 빼곡




배가 접안하는 선석에는 6,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HMM 상하이호’가 접안해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HMM 상하이호는 HMM이 편성한 29번째 ‘임시 선박’입니다. 정기선이 아닌 임시로 급파된 선박입니다. 지난해 중순부터 물류 대란이 심화하며 HMM이 한 달에 1~2대꼴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암벽 크레인 5기가 동원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보통 이 정도 크기의 선박이면 크레인 3기가 적당한데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5기를 붙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신항의 한 터미널은 최근 신기록을 썼다고 합니다. 4월 부산신항 한 터미널의 장치율(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인 비율)이 94.5%를 기록한 것입니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터미널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장치율을 70% 수준으로 보는데 94.5%면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컨테이너 반입 제한 조치를 건 끝에 해당 터미널은 현재 장치율이 90.6% 선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입이 금지된 화주들은 신항 밖 임시 보관소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컨테이너를 맡기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산신항 전체 월별 장치율도 고공 행진 중입니다. 4~6월 각각 83.0%, 82.1%, 81.8%로 계속 80% 선을 넘기고 있다. 물류 대란이 벌어지기 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장치율은 60% 중반을 유지했습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1월 말 2,084.27을 넘긴 후 매달 새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25일 기준 SCFI는 사상 최고치인 3,785.40을 기록했습니다.

야적장이 가득 차며 기존에는 벌크선이 쓰던 공간에도 컨테이너가 들어찼습니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피더선(소형선)들이 주로 이용하는 부두에는 벌크 화물을 적치했는데 이제는 컨테이너를 쌓고 있다”며 “워낙 운임이 좋은데다 물동량도 많아서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던 공간까지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컨테이너를 쌓을 장소가 태부족하자 터미널들은 고육책을 짜내고 있습니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3분기부터 이연 수요 물량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며 “터미널 외부 땅을 임대해 임시 컨테이너 야적장을 지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물류 대란이 올해 내내 이어지리라 봅니다. 세계 주요 항만 적체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미국 항만의 선박 대기 기간은 10일 이상이고 중국도 3~4일 수준으로 대기 일수가 늘었습니다.

“3분기부터 물량 더 몰려” 전망…하반기는 두 배로 힘들어진다


향후 물류 동향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물류난이 계속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김 상근부회장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길게는 내년까지 물류대란이 계속된다고 본다”며 “미국·유럽 주요 항만 적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최근에는 중국 옌텐항이 코로나19로 작업을 중지하며 적체 현상이 생겨 파장이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까르푸·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재고를 쌓기 시작할텐데 항만 적체에 물동량 증가까지 겹치면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두 배는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적 및 하역을 위해 최대 10일 최소 3일은 대기해야하는 미국·유럽·중국 항만에 비하면 부산신항의 물류 상황은 마비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며 “수출기업들이 선복을 못 잡는 건 해외 항만의 적체, 선복 부족이라는 외부 요인이라 우리 정부로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못 내놓는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답변도 나왔습니다.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겠지요.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일부 협회는 최근 물량이 적은 소형 화주들을 모아 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도록 도와주려고 한다고 합니다. 소형 화주들은 이번 물류대란에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화물이 적은 탓에 이들은 대부분 단기운송계약으로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 선복을 잡아 수출해왔습니다. 물류가 안정적일 때는 이 방법이 좋았지만, 현재처럼 선복을 잡기 어려워지고 물류비가 치솟게 되면 평상시보다 3~7배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수출해야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화주들의 장기운송계약 체결 비중은 50%도 안된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물류대란에서 자유로운 일본의 경우 80% 수준이라고 합니다./글·사진=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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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김언수 장편소설 '뜨거운 피' 여주인공 인숙의 말입니다. 남 탓, 조건 탓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으려 오늘도 저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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