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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9,000원 땐 직원 줄여야"…영세 中企에 카운터펀치

■ 과잉요구 쏟아내는 노동계

주52시간에 인력 충원까지 필요

"1만원 넘으면 열에 아홉은 폐업"

뿌리산업 국내 인력 조달 어려워

"외국인 봉급만 올린다" 지적도

영업 정상화 더딘 자영업도 한숨

내년 최저임금이 이달 중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릴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대구 달성공단에 위치한 한 자동차부품 기업에서 근로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당 1만 800원까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세 중소업체 열에 아홉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1,000원만 올려도 영세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 인건비는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습니다. 최저임금이 9,000원을 넘어가면 직원 수를 줄여야 하고 1만 원을 넘는다면 공장 문을 닫고 길에 나앉게 될 것입니다.”(경기 안산 자동차 부품 도금 중소기업 대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식당 매출은 30% 이상 줄었는데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것은 폐업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서울 관악구 한 음식점 사장)



내년 최저임금이 이달 중순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우려와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이미 절벽 끝에 내몰렸는데 최저임금까지 급격하게 인상되면 카운터펀치를 맞는 꼴이라는 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북 전주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A사의 대표는 “생산품의 80% 이상을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데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납품 단가를 올려 받을 수도 없는 처지”라면서 “수주 물량이 확보됐을 때 숙련공들이 필요한데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신규 제조 인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월산업단지에 있는 금속 가공업체 B사 대표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기업 특성상 야근이나 추가 근무가 잦은데 최저임금이 1만 원 이상으로 오르면 실제 체감 임금은 1만 3,000원 정도의 부담으로 다가온다”면서 “영세한 뿌리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9,000원으로 인상되면 상당수 근로자를 줄이거나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다”고 호소했다.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중소기업체의 경우 기업주뿐 아니라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대량 실직을 야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50대 C 씨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 힘든 경영 여건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른다고 하면 이는 폐업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임금을 계속 올려서 중소기업들이 다 쓰러지고 나면 근로자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영업 정상화가 더딘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서울에서 13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C 씨는 “고정된 임대료로 대출금은 줄어들지 않고 코로나19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더 오른다면 식당 유지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구조에 외국인 근로자가 큰 축을 맡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속 관련 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뿌리기업의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봉급만 늘리게 된다”면서 “이들은 숙식 제공을 받고 소득은 본국으로 대부분 보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기업만 힘들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주 52시간제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까지 겹친 중소기업은 하반기 경기 호전 전망에서 채용에는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91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4.5%가 ‘채용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채용 예정은 23.6%, 인력 감축은 1.9%였다. 또한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는 소상공인은 8.1%에 그쳐 인하(45.7%)보다 동결(46.3%) 의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구직자 대상 최저임금 의견 조사에서도 인상(36.2%)보다 동결(48.1%) 의견이 더 많았다.

기업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까지 전국의 18세 이상 1,007명에게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2%가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상 폭을 늘리라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기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근로자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게 된다”며 “그만큼 식당 등 파트타임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저임금위원회에 소상공인·근로자 등 최저임금의 이해관계자를 비롯해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들어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나 노동조합 등은 최저임금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현장에 맞게 업종이나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지만 이번에도 현실화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최소한 ‘동결’로 기다려달라는 게 공통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소상공인의 91%는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최소한 동결 결정이라도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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