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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브레이크 없는 슈퍼갑 명품

박민주 생활산업부 기자

박민주 생활산업부 기자




“루이비통이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한다고 하니까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비슷한 압박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면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명품 기업 눈치까지 보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최근 루이비통은 국내 시내 면세점의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가 너무 높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명분으로 매장 철수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속내는 높은 협상력을 선점하기 위한 면세점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이궁 구매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미 1인당 구매량도 제한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날벼락 같은 명품 기업의 과도한 요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명품 기업은 면세점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도 입점 수수료 인하부터 계약서에 없는 리모델링, 원하는 자리 배치 등의 요구를 왕왕 해왔다.



명품 기업의 갑질은 소비자에게도 만연해 있다. 수시로 가격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반품이나 물품 수선(AS)을 받으려고 해도 매장 앞에 줄을 서서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한다. 샤넬은 가방류를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해 백화점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게 하는 ‘오픈런’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달부터는 신분증 없이는 샤넬백을 구매할 수 없는 방침까지 내놨다.

그럼에도 한국 소비자들의 무한 애정을 받은 명품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루이비통은 한국에서만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며, 샤넬의 한국 매출 비중은 8%에 달해 샤넬 백 10개 중 1개는 한국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명품 기업을 견제할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라면과 같은 생필품 가격 인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도 명품은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대폭 올려도 개의치 않는다. 유통 업체의 판촉비·인테리어비 전가에 대해서는 무섭게 몰아치지만 명품 기업이 업체에 벌이는 갑질은 수수방관한다. 소비자들은 무자비한 가격 인상에도 매일 줄 서기 바쁘다. 이처럼 해외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목적 집착과 미비한 국내 규정은 이들의 배짱 영업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명품 기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견제 장치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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