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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中企 "지금이 최저임금 올릴 땐가"…감원 시간표 빨라진다

['내년 9,160원' 최저임금 후폭풍]

편의점 등 "지급불능 상태…직원없이 24시간 일할 판"

제조업선 "경영환경 악화…공장 해외 탈출 이어질 것"

서빙로봇·외주 고민 속 "정부 대책 내놔야" 한목소리

13일 서울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되자 자영업계에서는 인건비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인건비, 각종 세금, 임대료를 지급하고 나면 수중에 200만 원도 안 들어올 때가 태반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직원 내보내고 와이프랑 교대로 24시간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사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되자 편의점주를 비롯해 파트타임 직원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원성을 토해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는 한 음식점 사장은 “오후 6시 이후 모임 인원이 2명으로 제한된 지난 12일 저녁에는 손님이 없어 아르바이트생과 둘이서 가게를 지켰다”며 “이런 상황으로 올해도 버티기 힘든데 내년에는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서빙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서빙 로봇을 대안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아직 정서상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그동안 점주들이 근무시간을 늘리면서 인건비를 줄여나갔지만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편의점 점주가 근무시간을 늘려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지금도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지급불능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이미 대부분 감원 시간표에 돌입한 상황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인상으로 감원 폭이 확대되고 신규 일자리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길 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고 있는 업체들은 인건비 인상에 맞춰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경영이 힘들다”며 “여유가 있는 업체들은 설비를 최대한 자동화하고 종업원을 더 안 쓰거나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은 공장을 팔고 김포로 옮겼는데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설비 자동화에 나섰다”면서 “종업원을 원래 한 10명 정도 쓰고 있었는데 절반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이의현 한국금속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신규 인력 채용은 중단했고 자연 감소 인력에 대한 채용 계획도 없다”며 “로봇이라든가 외주를 통해 버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자 인력 채용 대신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기) 사용을 늘리는 매장들이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버거킹은 전체 매장 중 92%가량이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롯데리아(76%), 맥도날드(64%) 등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무인 주문기 도입으로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편의점 GS25의 경우 4월 말 기준 무인 점포가 290개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0개 늘어났다. 이마트24도 낮에는 직원이 관리하고 밤에는 키오스크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를 늘려갈 계획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큰 모니터를 가진 키오스크의 월 렌털료는 보통 4만~6만 원 정도다. 내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쓰면 월 182만 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대신 키오스크만 써도 월 170만 원 넘게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인력 감축이 힘든 일부 제조 업체들이 공장의 해외 이전을 택하는 경우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관련된 중소기업들도 해외로 다 나갈 수 있다”며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 기업들의 해외 탈출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중기를 비롯해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분명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증하게 될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와 취약 계층 일자리 보호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실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상황이 어려운데도 매년 무리하게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며 “최저임금의 격년 결정 실시, 소상공인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실시,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을 정부와 국회에 재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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