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바람이 시중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장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변신해 회의를 주재하고 사내 행사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가상공간에 지점을 내고 고객에게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신세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세상을 주도할 미래 큰손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 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하고 메타버스 연수원 그랜드 오프닝 행사와 신입 행원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수료식을 열었다. 하나글로벌캠퍼스는 하나금융그룹이 메타버스에서 마련한 첫 공간이다. 인천 청라에 위치한 실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본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연수만 받고 한 번도 연수원에 가보지 못했던 신입 행원들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다.
전날 열린 메타버스 연수원의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제페토 내 아바타 캐릭터 ‘라울(Raul)’로 직접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입 행원들은 라울에게 직접 설계하고 만든 공간을 안내하며 ‘셀카’를 찍었다.
우리은행도 메타버스를 통해 은행장과 MZ세대 직원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자신을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지었다. 은행장과 행원이라는 직급에서 벗어나 MZ세대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권 행장은 이날 메타버스에서 △아바타와 친해지기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MZ 너의 생각이 궁금해/MZ가 우리은행에 바란다) △단체 사진 촬영 및 셀카 이벤트 등 행사를 진행했다.
하나·우리은행 외에 다른 은행들도 메타버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일찍이 DGB금융은 5월 지주 경영진 회의를 열고 사내 모임을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에서 워크숍·회의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가상은행 지점·디지털 고객 체험관을 개설하고 고객 상담을 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해 테스트베드를 추진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권준학 행장 주재로 디지털연구개발(R&D)센터 직원들과 메타버스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금융권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HSBC는 메타버스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 상담을 제공해주는 등 이미 해외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도입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가상화폐와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한 가상경제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금융권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 진출과 신규 고객 확보가 쉬워진다는 점에서 금융업에 새로운 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메타버스의 주 이용층이 MZ세대인 점을 고려해 메타버스가 MZ세대와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학 입학식, 신입 사원 교육이 메타버스에서 이뤄지면서 메타버스 시대가 빠르게 다가왔다”며 “이제 금융사도 이에 맞춘 서비스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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