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운용사들이 조성한 펀드의 최대 수혜국인 중국이 '디디추싱 사태'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드러내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근 국내 유니콘 기업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를 받은 배경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최근 중국 인터넷 관련 규율을 총괄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을 타깃으로 국가 안보 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차량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이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강행하자 당국이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디디추싱을 시작으로 구인구직플랫폼 BOSS즈핀, 트럭 화물 호출 플랫폼 윈만만과 훠처방 등으로 조사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중 양국 간 기술패권 전쟁이 빅테크 기업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은 중국 밖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조성한 아시아·태평양 전용 펀드(이하 아태펀드)의 대표적인 수혜국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호주와 인도, 동남아 국가와 함께 대기업 거래 뿐 아니라 성장기업 거래의 핵심 파이프라인을 갖춘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된다. 운용사들의 아태펀드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20~40%의 점유율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KPMG가 발간한 ‘2021년 사모펀드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아태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드라이파우더는 약 4,760억 달러(535조 원) 규모에 이르는 데 이중 중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200조 원을 전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아·태 지역을 타깃해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VC)의 펀드가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데 중국 기업의 규제 이슈로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도 나온다. 호주와 인도, 동남아 지역에 비해 투자 비중은 작지만 한국도 주요 투자처 중 하나다. 미중분쟁이 격화된 올 초 비슷한 조짐도 있었다. 아태펀드들이 핵심 투자 지역이었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았고, 당시 매각을 진행했던 온라인 채용 플랫폼 1위 업체 잡코리아에 글로벌 원매자가 대거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성사된 여행 레저 플랫폼 야놀자 투자 유치도 깉은 맥락에서 눈여겨볼만하다.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는 야놀자에 8억7,000만 달러(약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비전펀드의 한국 두 번째 포트폴리오다. 소프트뱅크는 4년 전 비전펀드를 시작한 이후 200여 개 기업에 9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한국 투자처는 쿠팡이 유일했다.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중국 당국의 제재로 주가가 폭락한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에 투자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디추싱은 소프트뱅크의 핵심 투자처 중 하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번 투자에 대해 "비전펀드가 다른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면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 역시 이달 해외 투자자로부터 2,254억원 규모 시리즈F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만 2,700억 원에 달한다.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은 흑자로 전환한 지 3년이 넘었다는 게 회사 주장이지만 확장 가능성과 수익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기존 투자사 외에 자산규모 약 520억 달러(한화 약 59조 원)를 보유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Millennium Management)가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추가 성장 여력과 수익이 없어 뉴욕 상장이 무산된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받은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상징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금융사들도 국내 유니콘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대형 투자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미국 사모펀드와 함께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은 최근 비전펀드를 운영하는 일본 소프트뱅크에 중국 알리바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지원하는 등 유니콘 기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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