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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람보’ 함정의 최후 방어선 CIWS-II 국산화 현장을 가다 [서종갑의 헤비뉴스]

■LIG넥스원 CIWS-l 창정비 공장 가보니

초고속 대함미사일 요격할 '최후 방어 수단'

네덜란드 해군 정비창서 1년간 창정비 교육

CIWS-l 완전 분해·복원·조립기술까지 갖춰

방위사업청 진행, CIWS-ll 수주전 승리 자신

첨단 AESA 레이더 등 탑재해 기술력 뛰어나



지난 8일 구미에 위치한 LIG넥스원 CIWS 창정비공장에서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골키퍼가 창정비를 마치고 공장수락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LIG넥스원 창정비공장에 입고된 골키퍼는 약 9개월 동안 레이더와 함포 등을 부품 단계까지 분해된 뒤 정비 과정을 거쳐 재조립된다. 이후 해군감독관이 참관 해 통합시험 등 공장수락시험을 거치게 된다./사진 제공=LIG넥스원






지난 6일 경상북도 구미 LIG넥스원 CIWS-I(Close-In Weapon System·근접방어무기체계) 창정비 공장을 다녀왔습니다. CIWS는 함정에 탑재된 거대한 기관포입니다. 함정은 적 미사일, 장비 등 공격을 막기 위해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SAAM)과 함포 등 3단계 방어막을 칩니다. CIWS는 앞선 방어막이 모두 뚫리면 마지막으로 함정을 지키는 장비입니다. CIWS가 ‘최종 병기’, ‘최후 방어선’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함정의 ‘최종 병기’, ‘최후 방어선’ CIWS…높이 6.2m·너비 3.0m·중량 9.9톤 달해


처음 본 CIWS 위용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사진으로 본 CIWS와는 달리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습니다. 함정에 설치된 CIWS는 기관포와 레이더 정도만 보여 작아보입니다. 그러나 1,150발 탄환이 장전된 몸통까지 합하면 높이만 6.2m에 달합니다. 여기에 너비는 3.0m, 중량은 9.9톤입니다. 함정이 워낙 커서 상대적으로 CIWS가 작아보였던 거지 실제 크기는 어마무시했습니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탑승형 로봇이 떠올랐습니다.

구미에 위치한 LIG넥스원 CIWS 창정비공장에서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골키퍼가 창정비를 받고 있다. 사진은 골키퍼의 몸통 부분. 30mm 탄환 1,150발을 장전할 수 있다./사진 제공=LIG넥스원


몸집이 거대해 움직임이 굼뜰 줄 알았습니다. 선입견이었습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적 탐지 레이더가 돌아가는 모습은 나비가 날아가는 모양처럼 여유로워 보였지만 적을 추적하고 쏘는 모습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유압이 아니라, 전기 모터 방식으로 구동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시험 가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셋, 둘, 하나, 가동 시작.” CIWS-I는 30㎜ 기관포와 탐지·추적 레이더가 있는 ‘머리’와 탄환 1,150발을 장전한 ‘몸통’으로 나뉘는데요. 가동을 시작하자 기다란 원통형의 탐지 레이더가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갔고 적을 발견하자 버섯 모양의 추적레이더와 함께 기관포가 날쌔게 적 방향을 지향했습니다. 곧장 초당 70발을 발사한다는 기관포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돌아갔습니다. 실제 탄환을 장전한 것도 아닌데 3,300㎡넘는 창정비 공장이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저절로 두 귀를 틀어막을 정도였습니다. 실제 해상에서 CIWS를 보면 바다 위에서 람보가 기관포를 날리는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운용개념도. CIWS-II는 대함미사일 및 항공기, 고속침투정 등 위협으로부터 함정을 최종단계에서 방어하는 무기체계다./사진 제공=LIG넥스원


1년 동안 네덜란드 창정비 공장서 어깨 너머로 기술 배워…늦은 밤까지 메모하며 기록


이날 창정비 공장에서 시연한 장비는 도입한 지 30년이 지났다고 했지만 마치 새것처럼 보였습니다. 6개월 동안 약 10명의 인력이 달라붙어 CIWS의 완전 분해, 녹 제거 및 화학·방청 처리, 땜질, 재조립을 거쳐 새 장비로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CIWS-I 장비로는 최초로 개발된 미국 레이시온사의 팔랑스(Phalanx)와 네덜란드 탈레스의 골키퍼(GoalKeeper)가 있습니다. 이날 본 장비는 골키퍼입니다.



CIWS-II 발사 모형. CIWS-II는 기존 함포 대비 초당 70발의 발사율, 표적을 직접 타격하기 위한 관통탄 사용, 유효 사정거리가 매우 짧으며 대응 가능 시간도 수 초에 불과함을 고려해 특화된 사격통제 체계가 필요하다./사진 제공=LIG넥스원


박동환 LIG넥스원 팀장은 “우리 직원 24명이 2018년 3월 말부터 2019년 2월 말까지 1년 가량 네덜란드 해군 정비창으로 가 창정비 기술을 익혔다”며 “현장에 가보니 알아서 보고 배우라는 식에다가 민감한 부분은 가까이서 보지도 못하게 했지만,우리만의 끈질긴 방법으로 설득해 내용들을 밤마다 메모로 남기며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눈물없이 듣기 힘든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방산업체들은 창정비 작업을 꺼린다고 합니다. 남는 게 없어서입니다.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을 하고 싶은 업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LIG넥스원은 공장에 붙어있는 표어인 ‘애국하러 출근한다’는 말마따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CIWS-l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합니다.

수익성 떨어지는 CIWS-l 사업 ‘애국하는 마음’으로 수주…갈고닦은 기술력은 CIWS-ll 수주 기반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LIG넥스원의 진심을 알아봤을까요. 올 3월 CIWS-ll 사업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CIWS-l 창정비로 수익을 보지 못했던 LIG넥스원 입장에서는 그간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전할 사업 영역이 열린 셈입니다.

구미 LIG넥스원 CIWS 창정비공장에서 LIG넥스원 직원들이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골키퍼를 창정비하고 있다./사진 제공=LIG넥스원


몸으로 부딪혀 가며 배운 창정비 기술과 골키퍼 핵심 기술교육 이수는 LIG넥스원이 CIWS-II 사업에 도전하는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합니다. 완전 분해·부품 복원·조립 기술을 갖춘 만큼 CIWS-II를 제작할 능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이달까지 CIWS-II 체계개발 입찰등록을 받은 후 9월께 업체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입니다. 막강한 경쟁자 한화시스템(272210)도 도전장을 냈기 때문입니다. 선정된 업체는 2027년까지 3,200억원을 들여 CIWS-II를 개발하게 됩니다.

CIWS-II, 함정 생존성 높이는 데다가 운용 비용도 낮춰 일석이조 효과


CIWS-II는 ‘항모 킬러’로 불리는 중·러 초음속 대함미사일 등을 요격합니다. 첨단 능동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장착해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적 대함미사일을 분당 4,200발을 쏠 수 있는 고성능 30㎜ 기관포로 요격하는 것입니다. 함정 근접방어무기에 첨단 AESA 레이더까지 장착하는 것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는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그간 해외에서 구매하던 CIWS를 국산화하는 건 가격 요인이 큽니다. 우리 해군은 레이시온사의 팰렁스,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골키퍼 2가지 CIWS를 도입해 운용했습니다. 골키퍼가 단종된 후에는 팰렁스만 도입해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시장 독점 사업자는 가격 협상력이 높습니다. 레이시온사가 팰렁스 가격을 높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창정비도 어렵습니다. 골키퍼 기술은 LIG넥스원이 이전 받았지만 팰렁스는 이전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 창정비를 받더라도 미국 현지에서 받아야 하는 제약 조건까지 붙습니다. 성능과 가격 두 가지 측면에서 국내에서 CIWS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LIG넥스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력화된 면배열 AESA레이더 기술을 보유한 데다가 창정비를 통한 각종 인프라 및 핵심기술 확보, 30㎜ 기관포를 다뤘다는 점에서 CIWS-II 수주를 위한 제반 여건이 충분히 갖췄다는 평을 듣습니다. LIG넥스원은 CIWS-II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호위함(FFX-III) 전투관리체계 연동도 문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인 KDDX, FFXIII 전투관리체계는 오픈 아키텍처로 제작돼 추가 연동되는 장비도 충분히 수용 가능합니다. 홍성표 CIWS사업단장은 “LIG넥스원은 CIWS에 특화된 사격통제기술, 항공기용 AESA 레이더 기술, 그리고 국내 율일하게 구축된 CIWS 창정비 인프라를 활용하여 CIWS-II를 개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구미=서종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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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김언수 장편소설 '뜨거운 피' 여주인공 인숙의 말입니다. 남 탓, 조건 탓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으려 오늘도 저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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