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수요 관리에 나섰지만 이상 고온 등 변수가 생길 경우 2011년 전력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16일 전력공급 예비력은 10기가와트(GW) 밑으로 하락해 안정적인 수준을 밑돌았다. 예비력은 총 공급능력에서 사용 중인 전력을 제외한 것이다. 예비력을 수요로 나눈 예비율도 10.1~11.8%를 기록했는데 통상 10%를 넘어야 고장 등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8월 25일이 돼서야 예비력이 10GW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 시점이 올해는 한 달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 무더위에 냉방기기 가동이 늘고 공장 가동률까지 오르면서 산업용 전력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최대전력수요는 88.6GW로 올 여름 최고 수준으로 2018년 7월 13일(82.1GW)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전력 예비율이 10.1%까지 하락했고 예비력도 8.8GW까지 떨어졌다.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떨어지면 전력 수급 비상단계가 발령하는 만큼 위기 상황 직전까지 내몰린 것이다.
문제는 오는 20일부터 더욱 강한 폭염과 열대야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뜨거운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만나 지표면 열이 방출되지 못해 기온이 오르는 열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여름 더위가 재현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여름 예비 전력율이 7월 넷째주 가장 낮아져 4.0~7.9GW(예비율 4.2~8.8%)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전망대로 5.5GW 아래로 떨어질 경우 8년 만에 전력 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될 수 있다. 비상단계는 1단계 준비(5.5GW 미만), 2단계 관심(4.5GW 미만), 3단계 주의(3.5GW 미만), 4단계 경계(2.5GW 미만), 5단계 심각(1.5GW 미만) 순으로 구분된다. 이상 고온과 발전기 고장 등 변수가 발생하면 순환정전을 실시했던 2011년 전력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8.8GW 규모의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했다. 주요 기업에 대해서도 전력 사용이 최대일 경우 수요를 조절하거나 자체 발전 시설을 활용하는 수요 반응 제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등 수요 관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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