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너나없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내놓으면서 PLCC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일반 제휴카드와 차별화를 찾기 힘들어지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처음 PLCC를 선보인 현대카드로선 데이터 분석에 대한 차별화를 내세우지만 불편한 기색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러 회사들의 실명이 나오기에 조심스러워 침묵하고 있었지만 비슷한 오해가 가끔 있기에 바로잡겠다”며 “PLCC를 만드는 브랜드들은 카드 안내에 적혀 있는 디폴트(기본) 혜택을 더 넣고 말고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의해 뒷단의 선별적 혜택 수준을 도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의 PLCC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고 나선 데는 지난 6월 현대카드가 선보인 ‘SK브로드밴드 현대카드’와 14일 롯데카드에서 출시한 ‘SK브로드밴드 PLCC’가 시장에서 비교되면서다. 두 카드 모두 기본혜택이 Btv 요금의 자동이체 시 월정액 상품 한 종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ON 등 롯데 계열사 5곳에서 이용 금액의 5%를 할인해주는 세부 혜택을 제공하며 PLCC 상품으로 취급하는 반면 현대카드는 PLCC가 아닌 일반 제휴카드로 출시했다.
통상 PLCC란 카드사와 제휴사가 협업해 카드를 출시하되 제휴사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특화된 혜택을 집중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카드를 뜻한다. 기존 제휴카드와 달리 카드사는 비용과 수익을 공유 받는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 카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 입장에서는 PLCC와 일반 제휴카드 간에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PLCC 출시에 열을 올리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 PLCC로 손잡는 제휴사의 면면이 결제 빈도가 높은 마트, 카페를 넘어 명품, 아이돌 콘텐츠 서비스, 인테리어, 렌터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에 먼저 PLCC로 마케팅 해줄 것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처음 PLCC를 선보였던 현대카드로선 불편한 지점이기도 하다. 현대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PLCC를 발급한 고객에게 일반 제휴카드와 다른 혜택을 집중해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발급 이후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마케팅·혜택을 제공하는 점에서 일반 제휴카드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현대카드가 시장에서 제휴 기업의 독보적 위치와 고객의 결제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PLCC 제휴를 결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데이터 큐레이션과 데이터를 구동하는 알고리즘의 영역은 현대카드가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LCC에 대한 확립된 개념이 국내에 없다 보니 카드사마다 PLCC와 일반 제휴카드를 구분하는 기준이 다 다르고 카드사 내에서도 제휴사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기준이 유동적”이라며 “국내에서는 PLCC를 내세워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마케팅 수단인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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