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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RS 기준서만 2,400페이지···회계사들도 "이해 힘들다"

[도입 10년 갈피 못잡는 K-IFRS]

사업보고서도 10년새 두배 이상 늘어

재무제표 분석 난이도마저 급등

기준 해석 놓고 감사인 간 이견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기준서 분량이 2,400페이지에 달해요. 해설서는 빼고 기준서만요. 더구나 대부분 국제회계기준(IFRS)을 직역한 탓에 영어 원문을 못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용어 정의부터 와 닿기가 어려워요. 회계사들마저 K-IFRS가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A 회계법인의 임원이 26일 서울경제와 만나 “저희 품질관리실에서 분야별로 기준서를 공부해도 실제 적용에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경영 활동은 복잡해지는데 이를 모두 회계기준에 반영하다 보니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IFRS가 도입된 지도 10년이 지났으나 기업은 물론이고 공인회계사들조차 “회계기준이 너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원칙 중심 회계’를 내세워 실제 재무제표 작성에도 여러 경우의 수가 생기는 데다 점차 산업·경영·계약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A 회계법인 임원은 “10년 전만 해도 바이오 산업은 어려운 분야가 아니었지만 이후 바이오시밀러가 태동하면서 회계 처리상 이슈가 생긴 바 있다”며 “가령 미국에선 이 상품을 갖고 보험사와도, 병원과도 연계를 해서 매출을 내는데 이 경우 ‘병원에 넘길 때’를 매출로 잡을지 고민해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회계기준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재무제표의 ‘이해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보고서 분량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점차 회계 처리가 복잡해지면서 재무제표 주석에 달아야 할 정보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의 분량은 K-IFRS가 전면 도입되기 직전이던 2010사업연도 당시 208쪽이었으나 10년 뒤인 2020사업연도엔 552쪽으로 2.6배나 늘었다. 포스코(POSCO)는 같은 기간 사업보고서 분량이 154쪽에서 512쪽으로 불어났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재무제표 주석이 복잡해지면서 신용 평가사들도 재무 평가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고 말했다.

K-IFRS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유리한 재무제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복잡한 거래를 창출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메자닌 채권이나 전환우선주 등 파생상품이 그 예다. K-IFRS에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단순 지분율만으로 판단하지 않아 메자닌 채권이나 전환우선주 등 파생상품이 자회사 연결에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B 회계법인의 회계기준 담당 임원은 “기존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시절엔 문제가 되지 않던 거래 조건들이 IFRS를 도입하면서 기업이 원치 않는 회계 처리를 이뤄지게 하는 상황을 낳았다”며 “IFRS상 요구 사항을 피하기 위해 금융 상품이나 구조화 거래의 계약 조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주석 공시 수준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무제표 이용자들의 이해 가능성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계기준 해석을 두고 전·후임 감사인 혹은 감사인과 기업 간 의견 차를 보이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엔 한미사이언스가 자회사인 한미약품을 관계회사로 처리할지 아니면 종속회사로 간주할지를 두고 후임 감사인인 EY한영이 전임 감사인(삼일PwC) 및 회사 측과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다. 회사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 지분율이 50% 이하라는 점에서 관계회사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EY한영 측은 주주총회 참석률이 낮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미사이언스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해 종속회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회계는 숨김없이 투명하고, 누구나 이해 가능해야 하며 경영의 전부를 나타낼 수 있도록 높은 설명력을 가져야 한다”며 “K-IFRS가 모호하고 복잡한 규정, 지나치게 많은 분량 때문에 현장에서 적용이 어려울 정도인지 되짚어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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