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메달 획득이 어려웠던 스포츠 약소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에 대해 이같은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번번이 메달 획득에 좌절했던 국가들에게 태권도가 승리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노 골드’ 위기에 처했다. 남자 58㎏급 장준 선수가 동메달을 따낸 것 외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반면 NYT는 한국 외에 타 국가 선수들이 골고루 메달을 따내면서 태권도가 ‘다양성’을 상징하는 종목으로 올라섰다고 짚었다.
NYT에 따르면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2개 이상 국가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은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프가니스탄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 종목으로 올림픽 유일한 메달인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도쿄올림픽 태권도 첫 금메달도 태국에 돌아갔다. 지난 24일 열린 여자 49㎏급 결승에서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가 태국 태권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다음 날에는 남자 68㎏급 16강에서 한국의 이대훈을 꺾은 우즈베키스탄의 울루그벡 라시토프가 금메달을 땄다. 이 밖에도 여자 58㎏급 은메달은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 여자 57㎏급 동메달은 대만의 로 차이링 선수가 차지했다. NYT는 이런 결과를 두고 “태권도는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가장 관대한 종목”이라며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태권도는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에서 값비싼 장비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미 세계태권도연맹에 난민 대표를 포함해 210개국이 소속되어 있고, 도쿄올림픽에도 난민 올림픽팀 선수 3명을 포함해 모두 61개국이 참여했다. 아프리카 니제르 올림픽 위원회이자 세계태권도연맹 위원인 이사카 이데는 “니제르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태권도는 최고의 종목”이라며 “이 종목은 한국에서 시작됐지만 많은 장비와 특별한 장소 없이 연습하기 매우 쉽기 때문에 우리 것으로 만들기 쉽다”고 말했다.
태권도 메달을 획득한 국가에서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대학에 태권도 학과가 신설됐고, 요르단·터키·르완다의 난민 캠프에는 태권도 전용 훈련장이 만들어졌다. 요르단에서는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에서 아흐마드 아부하우시가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뒤 3개월 만에 태권도복이 5만 벌 팔리기도 했다. 당시 나세르 마잘리 요르단 사무총장은 “그야말로 태권도 (인기가) 폭발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새로운 나라들이 메달을 가져간다”며 “태권도는 격투기지만, 올림픽 정신인 다양성에 평화롭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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