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가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 다각화로 올해 상반기에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주축인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향상된 가운데 카드·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가 역대 최고치를 이어간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지주가 올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에 힘입어 실적 랠리를 이어가며 올해 사상 첫 ‘연간 순이익 15조’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지주(055550)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1조 2,5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3,787억 원) 증가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상반기 기준 순이익은 2조 4,43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늘어난, 지주 출범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이다.
신한금융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사들도 이미 사상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KB금융(105560)이 2조 4,743억 원, 하나금융이 1조 7,35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44.6%, 30.2% 증가한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 4,19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순이익(1조 3,072억 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상반기 1조 2,819억 원으로 지주 출범 이후 상반기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이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총 9조 3,7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나 늘었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데는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실적 증가도 두드러졌지만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며 다각화에 나선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KB·하나·NH농협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처럼 ‘이자 장사’에만 치중한다고 비판하기 힘들 정도로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장 안정적인 곳은 신한금융이다. 상반기 기준 순이익 비중에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이 각각 53%와 47%로 거의 절반씩을 차지했다. 비은행 부문도 △자본시장(증권·자산운용·캐피탈·신탁) 43% △소매금융(카드·저축은행) 31% △보험25% 등으로 고루 분포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투·캐피탈·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자회사들의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며 이익의 양적· 질적 측면이 모두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KB금융도 상반기에 은행 54.8%, 비은행 45.2%의 순이익 분포를 기록했다. 주요 계열사별로 △국민은행 1조 4,226억 원 △KB증권 3,744억 원 △KB손해보험 1,429억 원 △국민카드 2,528억 원 △푸르덴셜생명 1,924억 원 등을 달성했다. 맏형 격인 국민은행은 물론 똘똘한 자회사 모두 안정적 수익 구조를 보였다.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기여도가 37.3%로 사상 최대로 올라섰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연간 34.3%가 가장 높았다. 농협지주도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가 33.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 등의 계열사가 없어 타 금융사 대비 은행 쏠림이 심하지만 카드·캐피탈의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3%, 33.6% 증가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해 안정적인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부실 요인도 크지 않다. 금융 투자 업계는 국내 금융지주사가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하며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KB와 신한은 올해 사상 첫 4조 원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3조 원대, 2조 원대의 순이익이 가능할 것이라며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컨센서스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금융지주 5개사의 올해 연간 순이익 15조 원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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