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사이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다시 팔아 수익을 내고, 아이돌 관련 제품을 직접 제작해 사고파는 거래 방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소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바이브컴퍼니의 ‘썸트렌드 비즈’를 활용해 Z세대의 소비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리셀테크’ 관련 언급량이 2018년 1만 5,247건에서 2019년 1만 9,773건, 지난해 2만 1,802건으로 증가했다. 리셀테크는 되판다는 영어 단어 리셀(Resell)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한정판 상품의 경우 판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Z세대의 리셀테크는 브랜드 신발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원이 분석한 리셀테크 연관어 순위에서 ‘신발’과 ‘나이키’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언급량 12위에 한정판 신발 리셀 전용 플랫폼 ‘크림(kream)’도 등장했다.
소비자원은 “최근 크림·솔드아웃·XX블루 등의 한정판 운동화 전용 리셀 플랫폼이 등장했고 Z세대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정판 운동화 리셀에 대한 10대의 관심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이용자는 SNS에 “고등학생인데 크림에서 어떤 신발을 사야 하느냐”며 “몇 달 동안 신발을 사려고 70만~80만 원을 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Z세대가 직접 아이돌 관련 상품, 이른바 ‘아이돌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양상도 뚜렷하다. 적극적인 소비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이른바 ‘팬슈머(팬과 소비자를 뜻하는 영어 ‘컨슈머’의 합성어)’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아이돌 팬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인 트위터에서 아이돌 굿즈 및 공동 구매 관련 키워드가 언급된 횟수는 2018년 215만 건, 2019년 252만 건, 지난해 284만 건으로 늘었다. 특히 개인이 직접 제작해 공동 구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비공식 굿즈’의 언급량이 지난해 눈에 띄게 증가해 연관어 순위 5위(카드), 6위(스티커), 8위(키링), 10위(비공식 굿즈)를 차지했다.
아이돌 굿즈 거래는 개인 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아이돌 굿즈 관련 소비자 상담은 2018년 14건에서 2019년 137건, 지난해 203건으로 급증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엔 한 캐릭터 인형 제작 업체가 ‘아이돌 봉제 인형을 제작해준다’며 돈을 받고도 약 1년간 제작하지 않고 환불도 느리게 진행해 논란이 됐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리셀과 아이돌 굿즈 공동 구매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주로 이뤄지는 판매·소비 행태인데 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모바일 환경에 노출된 세대다 보니 능숙하게 플랫폼들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여러 수단을 활용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적극적인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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