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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세상 하나 뿐인 나만의 '토이스토리' 만드는 '트루'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애기있는 집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장난감이라고 하더라구요. 가격도 싸지 않고, 어제까지 손에서 떼지 않던 장난감을 오늘은 쳐다보지도 않는, 취향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애들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나눔도 하고 장난감을 빌려서 쓰기도 해봐요. 그래도 시나브로 장난감들이 쌓여 산을 이루어 가요. 그러다 초등학생만 돼도 장난감을 거들떠 보지도 않겠죠. 이젠 어떻게 치워야 할지 걱정외 돼요. 그래서 이런 장난감을 업사이클링해 다시 쓸모 있게 만드는 비영리단체 '트루'에 다녀왔어요. 박준성 트루 사무총장님과 만나 얘기를 나눠봤구요, 장난감을 어떻게 재활용하는지도 지켜봤어요. 아참, 트루는 '토이 리사이클 유니온(Toy recycle union)'의 약자에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트루 작업장 입구 모습이에요. 간판마저 장난감 부속품으로 만들어 놔 헤맬 필요가 없었어요.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EBS가 2016년 '하나 뿐인 지구'에서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버려지는 장난감 쓰레기의 양은 무려 240만톤이나 된대요. 정확하게 말하면 ‘장난감류’로 부르는 소형 복합플라스틱폐기물이에요. 장난감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손풍기, 헤어드라이어 같은 작은 전자제품도 포함돼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한 해 500만톤 가량)와 비교하면 장난감 쓰레기도 '어마무시'한 양임에는 틀림없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장난감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요. 아이들이 갖고 노는 물건인 만큼 재질도 플라스틱 중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crylonitrile-Butadiene-Styrene)으로 만들어져요. 줄여서 ABS라고 부르죠. 매끈하고 광택이 나고 가볍고 입에 넣어도 안전해요. 레고 블록이 대표적이에요.

트루의 장난감 공장 내부에요. 기부받은 장난감들이 진열돼 있어요. 맨 뒤에는 박스 채로 쌓여있는 장난감도 보여요.


플라스틱은 기본적으로 재활용을 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론 장난감 재활용이 무척 어렵대요. 무엇보다 분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주변에 장난감이 있다면 한 번 살펴보세요. 그냥 플라스틱으로만 돼 있지 않죠? 곳곳에 나사가 조여져 있고 고무가 달려있기도 하죠. 재활용하려면 이걸 전부 분해해야 해요.

"재활용하려고 작은 전자제품 하나를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장난감 로봇을 분해하는 시간은 차이가 없어요. 이래선 재활용 업체 입장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죠. 그래서 장난감의 플라스틱은 대부분 버려져요."

버려진 장난감 플라스틱은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돼요. 발전용 땔감(RPF)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렇게 태워지면 대기오염 우려가 생기죠. 박 사무총장님은 "하늘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라고 하시네요. 매립도 문제에요. 플라스틱이잖아요. 썩는 데만 500년, 썩어 없어진 듯 해도 미세플라스틱은 땅에 남아있겠죠.

☞RPF가 뭐죠?
RPF는 'Refuse Plastic & Paper Fuel'의 약자에요. 대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고형연료를 의미하죠. 예전에는 고형연료를 RDF, RPF(생활폐기물), TDF(타이어), WCF(나무)등으로 나눠 불렀어요. 하지만 2014년부터 RDF, RPF, TDF는 SRF(Solid Refuse Fuel)로 통합하고 WCF는 Bio-SRF로 구분하고 있어요.

발전소 연료나 공장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사실 이 SRF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요. SRF 사용 찬성측에선 집진시설이나 오염방지시설을 갖추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 반면 반대측에서는 환경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단 입장이에요. 실제로 포천, 원주 등에서 SRF 발전시설을 만들려고 하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기도 했어요.


자원활동을 하러 오신 분들이 박준성 사무총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네요. 교육프로그램 쓸모에서 만든 다양한 장난감들이에요.


트루에서는 장난감 쓰레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처리해요. 우선 트루에 기부되는 장난감의 절반 정도는 재사용하죠. 기부된 장난감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소독해서 '트루 스토어(=온라인 쇼핑몰)', 바자회 등에서 싸게 재판매해요. 장난감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해요. 자녀가 있는 회사 동료에게 이 쇼핑몰을 소개해줬더니 "또봇이 9,000원이야."라면서 너무 고맙다네요. 또봇, 헬로카봇 같은 초인기 장난감도 많으니까 찾아보시길.(트루 스토어 는 여기)

그리고 40% 정도의 장난감은 '물질 재활용'이 돼요. 물질 재활용은 폐페트병을 옷감으로 만드는 것처럼 장난감을 구성하는 플라스틱을 쪼개서 가루나 프레이크 등으로 만들어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걸 말해요. 장난감을 분해해서 플라스틱만 모아서 재활용센터나 재활용업체에 파는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플라스틱을 팔 경우에는 얼마 받지를 못한대요. 분해된 플라스틱을 주변 재활용업체에 팔면 1㎏에 50원 정도랍니다. '고오급' 플라스틱에 속하는 ABS는 700원까지도 쳐준다고 하네요. 1㎏ 정도를 모으려면 30분 정도 분해 작업을 해야 하는데 30분 일하고 700원을 번다면 그 일을 할 사람이 없겠죠.

교육프로그램 쓸모에서 만든 다양한 장난감들이에요.


그래서 트루에서는 '쓸모'라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한 뒤 그 조각들로 새로운 장난감과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유료 프로그램인데 벌써 40만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해요. 누가 만들어 놓은 매뉴얼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조각들을 하나씩 붙여 가면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장난감을 만드는 곳이에요.

"지금은 레고의 시대에요.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 잘 만들고 빨리 만들고. 지금의 아이들은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요. 매뉴얼이 없으면 못 만들잖아요. 하지만 쓸모 프로그램에서는 장난감 조각을 붙이면서 동시에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뭔가를 붙여보면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생각이 나와요. 쓸모는 자신의 얘기를 끄집어 내는 일이에요. 잘 만들려고 하지 말고 잘 붙이다 보면 자신의 마음이 표현돼요." 박 사무총장님은 '쓸모 프로그램'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기부받은 장난감 중 재사용이 어려운 것들은 분해를 하죠. 색깔별로 분해해서 '쓸모' 교육프로그램의 실습재료로 사용해요. 색깔은 비슷한데 전혀 다른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을 모아서 나무도 만들었어요. 창문 앞 진열대에 세상에 하나 뿐인 장난감들이 쭉 전시돼 있어요.


쓸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조각은 1㎏당 1만원 정도에 제공된대요. 그러면 10명 정도가 쓸 수 있다고 해요. 그냥 버리면 ㎏당 50원에 불과하던 플라스틱의 가치가 엄청 높아지겠죠. 쓸모 프로그램이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체험학습이 거의 사라져 요즘은 좀 어려우신가 봐요.

나머지 10%는 어쩔 수 없이 버려진대요. 분해가 안되는 것들, 고무나 유리 재질이 섞여 있는 장난감들, 기름 등에 오염된 장난감들은 버릴 수 밖에 없다네요. 그래도 전부 버려질 수도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90%나 줄였으니 의미가 없진 않겠죠. 박 사무총장님은 장난감 쓰레기 문제는 곧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라고 말씀하셨어요. "해마다 소비자가격으로 2,000억원어치가 그냥 버려져요. 장난감을 만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요. 장난감 없는 세상은 아이들에게 지옥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너무 빨리 싫증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해요."

장난감을 분해하고 남은 수많은 나사들이에요


☞장난감을 기부하려면
집에서 쓸모가 다한 장난감이 있다면 트루에 기부해보세요.

트루의 고양 사무소(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성현로 163, 2층)로 선불 택배로 보내주시거나 직접 방문하셔도 괜찮아요. 기부금 영수증 꼭 챙기시구요.

고장 여부와 상관없이 50㎝ 이하 플라스틱 장난감을 주로 받아요. 완전히 부서진 것도 괜찮대요. 장난감 말고도 분해할 수 있는 소형 플라스틱 가전제품을 기부해주셔도 돼요. 근데 50㎝ 이상 크기의 장난감이나 봉재, 목재 등 플라스틱 완구가 아닌 장난감은 받기가 어려우시대요.

이렇게 기부받은 장난감은 재사용이 가능하면 소외계층 어린이에게 기부하거나 바자회에서 재판매하구요. 재사용이 어려우면 분해해서 쓸모의 교재로 사용하거나 재생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해요.


박준성 사무총장님은 1998년부터 장난감과 인연을 맺어 오셨어요.


박 사무총장님은 처음에 '금자동이'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장난감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해요. 기업인 만큼 수익을 내야 했는데 그게 쉽지 않으셨대요. 장난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보다는 사회 운동으로 바꿔 시민들과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트루를 만드셨다고. '쓸모'라는 교육프로그램도 금자동이 시절 시작하셨다고 하네요. 이날도 자원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봉사를 하러 트루를 찾아와 사무총장님의 설명을 듣고 분류 작업에 참여했어요.

장난감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트루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대요. 바로 '업플라스틱 프로젝트'인데요. 장난감 플라스틱으로 만든 프레이크로 판재를 만드는 일이에요. 이 판재로 인테리어 소품이나 책상, 욕조 등을 만드는 거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을 가진 판재를 만들 수 있다고 하셨어요. 이달 말이면 판재를 만드는 기계도 들여오신다고 해요. 올 가을 쯤이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하시네요.

트루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저렇게 후원하시는 분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명패가 있어요.


기업이나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장난감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히셨어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소비자가 사용한 뒤 생기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예요. 폐가전제품이나 유리병 , 타이어, 윤활유 등은 이 EPR 제도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수거업체들이 잘 수거하고 또 그만큼 재활용이 되지만 장난감은 아직 포함되지 않아 재활용률이 낮대요.

사실 장난감의 주된 원료가 되는 ABS는 국내 기업인 LG화학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요. LG화학은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ABS를 재활용해 PCR(Post-Consumer Recycled) ABS를 만들고 있는데요. 얼마 전 발간된 LG화학의 지속가능보고서에도 친환경 활동으로 이 PCR ABS가 포함됐어요. 이런 화학 기업들이 '트루'같은 비영리단체의 활동을 지원한다면 장난감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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