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권 후보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제3지대에 홀로 남게 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무소속 출마를 고수하다 내년 초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른 시일 내에 지지율 반등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과거 고건·정운찬 전 국무총리처럼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탈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는 현재 여야 정당 모두와 거리를 유지한 채 강연과 민생 현장 체험에 집중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 측은 “현재 양 정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합류에는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당분간은 이처럼 기성정당에 속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역시 “김 전 부총리가 당과 직접 소통하거나 만남을 갖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민주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김 전 부총리의 선택지는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거나 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채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내년 초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 담판을 시도하는 것만 남았다는 것이다. 다만 야권에서는 범야권 지지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최재형 대선 예비 후보가 모두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황에서 김 전 부총리가 나 홀로 내년 초까지 당 외곽에서 버티다가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2년 무소속으로 대선 도전을 꿈꾸다 지지율 상승의 한계에 부딪쳐 중도 사퇴했던 정 전 국무총리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 입장에서 탐나는 인재인 것은 맞지만 막상 경선이 시작되면 장외 주자들의 입지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를 고수할 경우 독자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부총리는 기존의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하지만 정치는 개인이 아닌 다수의 유권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본인의 정치적 입장부터 명확히 밝힌 후 낮은 인지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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