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8억명이 기아 허덕이는데...세계 식량 3분의 1은 버려진다

■[책꽂이]음식물 쓰레기 전쟁

앤드루 스미스 지음, 와이즈맵 펴냄

매년 식품 14억톤 쓰레기통 직행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달러 달해

매립과정서 지구도 환경오염 몸살

못난이 채소·과일 구호기관 전달 등

쓰레기 감축 위한 해결방안도 제시

먹을 수 있는데도 유통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못난이 과일들.




지구 한 편에선 사람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죽어가는 데 다른 한 편에선 출렁거리는 뱃살을 감당하지 못해 비만 클리닉을 두드리는 게 오늘날 인간 세상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심지어 과식과 비만, 이로 인한 각종 성인병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이 됐음은 물론이요,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구의 숨통마저 끊을 기세다. 환경 운동가들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음식물 쓰레기가 ‘범죄’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고,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길래 이런 주장까지 나오는 것일까.



미국의 식품 칼럼니스트 앤드루 스미스는 사람들이 음식물 쓰레기의 심각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끔찍한 숫자를 내민다. 그의 저서 ‘음식물 쓰레기 전쟁(Why waste food?)’에 따르면 사람들은 해마다 먹기 위해 생산한 식품 중 3분의 1을 버리고 있다. 14억 톤 정도 되는 양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 달러(1,120조 원)에 달한다. 특히 과일과 채소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45%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구매한 우유의 20%, 달걀의 23%, 생선의 40%를 그냥 내다 버린다.

매년 14억 톤에 달하는 식품이 쓰레기가 된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식품 섭취 권장량과 비교해 봐도 얼마나 엄청난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1980년 영국에서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에게 필요한 열량은 평균 2,300㎉지만, 영국에서 생산된 식품 총량을 칼로리로 환산하면 영국인 한 명 당 3,100㎉가 돌아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식품 체계는 영국보다 훨씬 더 과잉이다. 미국인 한 명 당 매일 4,200㎉가 돌아갈 만큼 먹거리가 생산되고 있다. 다 먹지도 못할 만큼 생산된 식품을 버리는 과정에서 매립지에서는 엄청난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지구를 병들게 하는 플라스틱·스티로폼·비닐 쓰레기까지 넘쳐나게 되는 셈이다. 지구 상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8억 명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식품 생산 유통 소비 단계 별로 쓰레기가 어떤 이유로 발생하고, 얼마나 어디에 버려지는 지 설명한다. 농장, 식품 제조 공장,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 음식점, 일반 가정 등 각각의 주체가 음식물 쓰레기 발생에 얼마 만큼 책임이 있는지 깨닫게 한다.



식품 과잉 생산은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쓰레기까지 유발한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는 상당량의 채소와 과일이 수확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되는 데, 이는 과도한 규격 조치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유럽연합(EU)에서 1등급 채소가 되려면 그린아스파라거스는 전체의 80%가 초록빛이어야 하고, 오이는 10㎝ 당 10㎜ 이상의 직선 구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인해 규격에 못 미치는 채소와 과일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상품임에도 농부들이 유통을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유통업체와 소비자들 역시 어느새 규격 기준에 과도하게 세뇌 돼 규격 미달 상품의 구매를 꺼린다. ‘유통기한’ 역시 쓰레기 발생의 주범이다. 유통기한은 업체들이 진열대에 올릴 상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있어서도 엄격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유통 기한과 소비 가능 기한은 엄연히 다른데도 말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선진국 뿐 아니라 식품이 부족한 국가에서도 발생한다. 발생 원인은 물론 다르다. 저개발국에서는 식품 보관, 유통이 부실한 탓에 소비자에 닿기도 전에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저자가 단계 별로 쓰레기 발생 원인을 촘촘하게 분석한 이유는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위한 해결책 역시 각 단계 맞춤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농장과 마트, 음식점, 일반 가정에서 ‘투척 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현재 충격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기술 발전 덕에 감축할 수 있는 방법도 점점 늘고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내놓는다. 저자는 못난이 과일이나 채소는 ‘속은 예뻐요’ ‘완벽에서 살짝 모자란’ 등의 근사한 라벨링과 함께 유통될 수 있게 한다거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남은 음식을 구호 기관에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들에 박수를 보낸다.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학교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호평한다. 아울러 제로 웨이스트 레시피, 저개발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태양광 음식물 건조기 등의 기술도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 도움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이 정도 노력으로 방대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괄목할 만하게 줄어들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전지구적 차원의 식량 분배 체계 개선 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첫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더 이상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모두의 현실 자각, 불편을 감수하려는 의지, 상생을 위한 행동이 점점 늘어난다면 지구 미래 환경에 대한 낙관론에 조금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1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