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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불매도 불사"…기업 윤리까지 들여다보는 MZ세대

사회적 책임 등 꼼꼼하게 따져 소비

기업 윤리 경영 '선택 아닌 필수'로





#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유명한 A사. 업계 1위를 지키며 승승장구하던 A사에 어느 날 ‘오너 갑질’이라는 뉴스가 터졌다. 실망한 소비자들은 A사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중단했다. 심지어 젊은 소비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그동안 숨겨져 왔던 A사의 비윤리적인 행보들을 고발하고 나섰다. 결국 A사는 불매운동의 타깃이 돼 매출이 반토막 났다. 반면 모범적인 윤리 기업으로 꼽히는 B사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방식을 쓴다. 그렇다 보니 기성 고객들에게는 다소 비싼 가격으로 큰 호응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젊은 고객 사이에서 ‘착한 기업’으로 팬덤이 형성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상품의 가성비·효율성·심미성만을 따져 구매를 결정하던 윗세대와 달리 ‘가치’를 매우 중시한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판매할지라도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은 외면하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기업에는 소비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 행태 변화 조사에서도 이 같은 윤리적 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실제 응답자의 10명 중 5명(53.8%)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제품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또 40.4%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상품 구매 시 가격·품질뿐 아니라 소비 행위가 다른 사람이나 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친환경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기업 윤리까지 꼼꼼하게 따지며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과 윤리 소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동안 기부와 자원봉사를 비롯한 사회 공헌 활동 등으로 소극적인 윤리 경영에 나서왔다면 이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원회를 설치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불미스러운 이슈도 단칼에 대처하며 소비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실제 최근 유통가에서는 윤리 경영 실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물러나며 변화된 상황이 반영됐다. 자숙 명목으로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논란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귀하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의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남녀 쿠폰 차별 지급과 이벤트 속 남성 혐호 논란에 책임을 지고 즉각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범LG가 식자재 업체 아워홈에서는 보복 운전으로 징역을 선고받은 구본성 부회장을 해임시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향된 소비자 윤리 의식 수준이 제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외면당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실제 MZ세대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지구환경을 위한 상품을 애써 구매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일으켜 해당 기업이 큰 고초를 겪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최근 발생한 쿠팡 불매운동이 대표적이다.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는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불매운동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이후 사망한 소방관에 대한 보상과 지원 등 쿠팡의 후속 대처로 불매운동은 잦아들었지만 기업 윤리가 가격과 품질 못지않은 소비의 잣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 소비는 이제 일시적 현상을 넘어 소비의 대세를 바꿔놓았다”며 “윤리 경영이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필수 조건이 된 만큼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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