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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소차 '마지막 1도'까지 챙기자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수소 모빌리티는 미래 신성장 동력

韓, 시장 우위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핵심 기술 선도·가격경쟁력 확대 중요

완성차·관계기관 등 역량 총집결해야





신산업이 성공하려면 공급을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수요를 확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20세기 초 자동차 산업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회사는 미국의 포드였지만 할부 금융을 도입해 일반인의 차량 구매 진입 장벽을 낮춘 회사는 제너럴모터스(GM)였듯 공급과 수요가 함께 성장할 때 신산업은 자리를 잡게 된다.

수소 모빌리티는 향후 폭발적 성장이 전망되는 신시장이다. 유럽이 탄소국경세를 추진하고 미국과 일본이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등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수소는 에너지밀도가 높다. 똑같은 전기에너지라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는 배터리 충전식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다.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르노나 독일 BMW, 영국 재규어랜드로버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화물 트럭이나 고속버스는 물론 항공·철도·선박·드론에 이르기까지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려 연구개발(R&D)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차를 출시했지만 1억 5,000만 원대의 높은 가격에 충전소도 거의 없어 일반인들의 적극적 구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불과 5년 만에 현대자동차가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춘 수소차를 출시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정부와 기업이 수소차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양산 성능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진흥원도 미래 수소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에 대비해 2017년부터 선제적으로 부품 소형화 및 경량화, 개발 원가 절감, 수소 저장 기술 개선 등을 추진해왔다. 지난 5년간 18개 연구 과제에 국내 기업 35개 사가 참여했는데, 수입에 의존하던 수소차 관련 부품의 국산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



특히 국내 기술로 개발하더라도 최종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가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데 현대차의 협조로 원활하게 성능 검증을 거치면서 수입 대체효과가 162억 원가량 발생했다. 2025년까지는 4,300억 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국산화뿐 아니라 부품 자체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수소차의 가격 경쟁력 또한 높아졌다. 2018년 1,000대도 되지 않던 국내 수소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누적 1만 대를 돌파하면서 2년 만에 10배나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 판매된 세계 수소차 4,000대 중 44%는 ‘메이드 인 코리아’일 정도다.

한국이 지금까지 수소차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장의 문이 열렸을 뿐 대중화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소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계속해서 실질적인 우위를 점하려면 국내 완성차와 부품 업체, 관계 기관들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수소차의 부품 자립도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여전히 높지 않다. 수소연료전지에 깨끗한 산소를 주입시키고 수소와 산소를 결합하는 데 사용하는 핵심 부품들의 국산화 및 기술 선도를 추진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박차를 가해야 한다. 관련 기술을 선점하고 어떻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앞줄에 설 수도, 후위로 밀려날 수도 있다.

물은 섭씨 99도까지는 액체로 있다가 100도가 돼야 비로소 끓는다.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는 ‘1도의 차이’, 백지장 한 장의 디테일이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글로벌 수소차 기술 경쟁에서 마지막 1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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