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유통주들의 주가가 8월 들어 낙폭을 더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에선 실적 개선 가시성이 낮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나섰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은 전 거래일보다 0.92% 하락한 10만 7,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동안 주가가 5% 가까이 빠졌다. 전일 대비 0.74% 내린 현대홈쇼핑(057050) 역시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신세계(004170), GS리테일(007070)도 1주간 각각 1.47% 2.55% 떨어지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동종 업종 주가가 함께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2분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76억 원 규모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770억 원)를 크게 밑도는 성적이다. 매출 역시 3조 9,0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 역성장했다. 송도 롯데몰 공사 지연에 따른 추징 세금(323억 원)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 역시 시장 기대치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GS리테일 역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4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6% 감소하며 당초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편의점, 슈퍼마켓, 호텔 등 대부분 부문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다. 매출 부진에 더해 광고판촉비는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유통업체들이 시장 기대치에 걸맞는 성적을 내놓을 경우 투심 개선의 가능성이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한 이들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는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올 2분기 슈퍼마켓·잡화점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10% 넘게 떨어지며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실적 개선 가시성이 낮은 종목들을 위주로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지난 9일 KB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을 포함한 5개 증권사가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교보증권은 롯데쇼핑 목표주가를 15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20% 내려잡으며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에 따른 이익 개선보다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GS리테일 또한 목표주가가 다수 증권사로부터 내려잡혔다. 목표주가를 5만 3,000원에서 4만 3,000원으로 하향한 박종렬 현대차증궈 연구원은 “호텔 부문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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