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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넥슨 대표, '어닝쇼크'에도 "크런치·출시 독촉은 틀렸다. 좋은 게임이 우선"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출시일정 독촉은 ‘잘못된 압박’이라며 게임 업계에 보편화된 ‘크런치’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출시 일정을 당길 생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떳떳할 때 출시하겠다”는 말에 이어 넥슨의 경영 기조가 바뀌었음을 상징하는 발언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 /사진제공=넥슨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지난 11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출시 일자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는 자산 분석가들만 즐거워할 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2% 줄어드는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출시 일정을 압박하기보다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이날 마호니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의 질문을 받기에 앞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엠바크 스튜디오의 미공개 신작 등의 출시 일정을 묻는 말이 많다”며 “두가지 답변이 있다”고 했다. 그는 “두 작품을 투자 모델에 꼭 집어넣어야 한다면 2022년 하반기, 또는 더 앞서 출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할 수 있다”면서도 “진실을 말하자면, 출시 시점은 제작진이 게임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마호니 대표는 “게임을 시험하고 마무리하는 작업은 반복적인 동시에 연속적이지 않다”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도전은 엔지니어링이 아닌 예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시 일정을 제시한다면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 모델을 구축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당장은 즐거워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개발자들에게 잘못된 압박이 가해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출시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하게 된다”이라고 했다.



마호니 대표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넥슨은 출시 시기를 밝히는 대신, 최대한 빨리 최고의 게임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겠다”며 “게임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 출시에 대한 넥슨의 결정을 알려드리기 위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방식의 단기적 수익은 일찍 출시했을 때보다 적을 수 있지만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접근을 싫어하겠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진지한 투자자라면 넥슨의 방식이 더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목표 일정에 맞추지 못하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다. 마호니 대표는 게임업계에 만연한 ‘크런치 모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크런치는 출시를 앞두고 벌어지는 초과 근무를 뜻한다. 마호니 대표는 “크런치 모드에 들어가더라도 게임이 여전히 출시 준비가 안 될 수도 있고, 결국 개발자의 사기를 깎고 이용자들을 실망시킨다”며 “이는 브랜드 가치에 해를 입히고,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했다. 이어 “크런치는 게임계에 가장 치명적인 문제 중 하나”라며 “그동안 게임계에서 아무도 이런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마호니 대표의 이번 발언이 넥슨의 게임 개발 기조 변화를 나타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또한 지난 5일 열린 신작 발표 간담회에서 “개발진에게 ‘떳떳할 때 내자’는 말을 자주 한다”며 출시 일정보다는 완성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넥슨 본사인 일본 법인 대표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청취하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 넥슨이 확률조작논란 등을 겪으며 전사적인 체질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 수익을 높이기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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