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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 하루 뒤 "압류"…법원 '日 강제징용' 놓고 오락가락

[최악 한일관계에 피 마르는 기업]

◆법원, 미쓰비시 채권 압류 결정

강제징용·한일 청구권 해석 달라

같은 사안 놓고 잇단 엇갈린 결정

對日외교 대응책 마련에 걸림돌

재판부 일관된 기준으로 판결을

서울 용산역 광장에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문제라는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한일 관계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80도 다른 법적 판단이 정부의 대응책 마련에 혼선만 빚게 하는 등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 기업인 LS엠트론 주식회사에 대해 갖는 8억 5,000만 원 상당의 물품 대금 채권에 대해 압류·추심 명령을 내렸다. 이는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피해가 확정된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에게 지급할 배상금 등을 종합한 액수다. 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현금 자산에 대해 압류 결정은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전지법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특허·상표권을,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일본제철과 포스코 합작회사 주식을 압류했다. 하지만 현금화가 어려운 탓에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실제 배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 판단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보이고 있다. 강제 징용 배상 문제를 두고 재판부가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린 게 결국에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지법 안양지원이 압류·추심 명령을 내리기 하루 전인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기광업)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소송이 접수된 2017년은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2012년을 기준으로 3년이 넘은 만큼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018년 12월 광주고법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공소 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2012년 5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시점과 2018년 10월 열린 재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한 시기 가운데, 언제를 기준으로 삼는지를 각각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한일 청구권 협정’ 해석을 두고도 대법원과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올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85명의 원고가 미쓰비시중공업 등 16곳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한일 협정 문언상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에 강제 징용 문제도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2018년 대법원 판결 당시 반영되지 않았던 소수 의견과 같은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법원 판단이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은 물론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대응책 마련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일관되지 못한 법원 판단이 결국 법률적 논란만 가중시키면서 배상 시기가 늦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외교 노선을 선택하는 데도 혼란만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재판부가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판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는 “사법부에서 국민의 기본권 권리 보호에 통일·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정리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국민 권리 구제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2년을 소멸 시효로 보면 현재까지 이어진 노력이 무의미해진다”며 “결국 외교 영역에서 풀어가야 하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법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온 만큼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외적으로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일본 측에서 압류 관련해 격한 반응을 이어온 만큼 자국 기업 피해가 일어나면 반드시 액션을 취할 것”이라며 “결국 외교의 영역이라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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