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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손발 다 묶고 이제야 ‘배임죄 개선’ 논의라니

김병기(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 태스크포스(TF)’ 발대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기업 옥죄기’ 법안들을 줄줄이 강행하더니 이제야 배임죄 개선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2일 ‘경제 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배임죄를 비롯한 형사처벌 완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난달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총력전을 쏟는 동안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고 해당 법안들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소송 증가와 경영권 침해 등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커지자 ‘당근책’으로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간담회 개최 등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간 만큼 관련 입법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듯하다.

우리나라 배임죄는 적용 범위와 처벌 수위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가혹하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배임죄는 삼라만상을 다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은 한국이 연평균 965명으로 일본의 31명에 비해 30배가 넘는다. 일본은 고의성이 입증될 때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적 판단의 기준조차 모호한 실정이다. 게다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힌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판단이나 투자 실패도 소송 대상이 된다. 독일의 경우 기업 이익을 위해 내린 판단에는 책임을 면해주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 자체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새는 양 날개로 난다”며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기업 규제 및 친노동 입법 앞에 거의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래서는 국내 투자와 고용이 살아날 리 만무하다. 국회는 배임죄의 완전한 폐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형법상 배임죄에서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다른 나라에 없는 가중처벌 규정과 사실상 사문화된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폐지하는 게 옳다. 또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 중심 성장’ 구호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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