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 대책의 한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주택 공급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 공공 주도 공급 대책인데 단축해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 주도로 5년 안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올해 2·4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그는 집값 폭등의 원인에 대해서도 “유동성과 낮은 금리 외에도 수급 문제가 분명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까지도 “올해 입주 물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공급 부족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라고 변명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간 달라진 접근법이다.
하지만 진단과 달리 처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급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리면 된다. 그런데도 노 장관은 “블록버스터급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급) 대책을 추가로 발표하면 수년 후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사업 등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면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장관의 생각은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하다. 장기적으로 공급이 충분해지면 집값은 물론 잡힐 것이다. 문제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지금의 사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더 이상 방치하면 자산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나라 경제가 파탄 날 수도 있다. 빵을 찍어내듯 집을 하루아침에 충분히 공급할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미 만들어진 기존 주택이 매물로 시장에 나오게 해야 한다.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주택 소유자들의 처분을 유도하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물량 폭탄 수준의 추가 공급 신호를 시장에 확실하게 줘야 한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올 들어 7개월째 연속 매달 1% 이상씩 오르고 있다. 누적 상승률이 11.12%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이미 넘어섰다. “장기적으로는 공급 충분” 운운하며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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