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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환 회장 "대출 부실 대비 충당금 1,089억 적립…리스크 관리에 중점"

■[서경이 만난 사람]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코로나 장기화로 중기·소상공인 지원 연장 공감하지만 옥석 가려야

비금융 서비스보다 송금·결제 등 금융의 본질에 집중한 디지털로 전환

기후변화 반영 농작물재해보험 개선…농축산 신재생에너지 투자 검토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금융 본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아침에 명동 일대를 둘러봤는데 관광객이 줄어 힘들겠더라고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한다고 해도 상권이 정상화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정상화 수준까지 안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제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리스크를 봤는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규모 투자은행(IB) 계약 등 문제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따져보고 대응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 농협금융 본점에서 만난 손병환(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농협금융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 2,81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순항하는 분위기지만 손 회장은 도리어 건전성 관리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과거처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본질적으로 해칠 정도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워낙 많이 풀린 상황”이라며 “주식·부동산으로 유동성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충격이 오면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담=최형욱 금융부장 choihuk@sedaily.com

금융사들은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이 조치는 지난해 4월 처음 시행해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농협금융이 취급한 지원 규모만도 지난 7월 말 기준 총 21만 4,000여 건, 금액으로 15조 4,000억 원 수준이다. 농협금융 내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보험·캐피탈 등을 다 합한 규모다. 세부 내역을 보면 신규 대출 지원이 6조 4,000억 원으로 전체 지원의 42%를 차지한다. 만기 연장은 8조 6,000억 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어 할부금 유예가 3,790억 원, 이자 유예가 94억 원으로 집계됐다. 농협금융은 이 중 최악의 경우 약 2,000억 원의 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추산했다. 손 회장은 “70~80%가 담보대출·신용보증이 이뤄진 대출이라 연체된다고 해도 금융사가 100%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 당국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9월 만료 예정인 지원책을) 연장을 안 해서 연체로 몰고 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단 무분별한 재연장이 아닌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대출 부실의 여파가 확산되지 않도록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아무 대책 없이 이전과 똑같은 형태로 재연장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금융사가) 대비하기 어려워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상환 유예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089억 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고 재연장시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보험·증권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IB 딜, PF 대출 등이 부실로 이어지지 않게 현지 실사를 강화하고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하도록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금융 본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손 회장은 올 1월 취임해 이제 반년이 갓 지났다. 농협금융 내 디지털 전문가로 손꼽히는 손 회장은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을 지낼 때부터 농협을 ‘대한민국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네이버·배달의민족·쿠팡 등 정보기술(IT), 유통 회사만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금융 역시 플랫폼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손 회장은 이동통신사의 사례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처음 카카오톡이 나왔을 때 이통사가 자체 ‘톡’을 만드는 등 엄청나게 저항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런 서비스가 이통사의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통사로서 통화 품질을 좋게 하고 데이터가 잘 터지는 등 본질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점이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겪는 금융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설명이다. 금융사가 네이버·카카오 등에 맞서 각종 비금융 서비스에 진출하기보다 결제·송금 등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손 회장은 “내부 직원들이 다른 금융사에서 비금융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얘기하는데 (도리어)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고객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짜장면을 시킬 때 농협 계좌, 농협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끔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 오히려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 같은 방향 덕에 농협은행의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NH자산플러스’를 출시해 6개월 만에 가입자 71만 명을 확보하는 등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하나로마트 등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농협경제지주와 협업을 통해 지역별·연령별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융합 상품을 개발·제공해 타 금융사와 차별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이 쉽지만은 않다. 현 금융 규제 환경이 빅테크 위주로 기울어져 있는 점도 기존 금융사인 농협금융에 부담이다. 특히 오는 10월 출범을 추진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금융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은행별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하는 상황에서 금리 경쟁을 유도해 특정 회사에 대출이 쏠리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지금 가계여신 등 일부 영역에서는 빅테크 기업으로 쏠림 현상도 나오고 있다”며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 기존 금융그룹이 빅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는데 빅테크 기업에만 진입 규제를 낮춰주는 것은 무한 경쟁 시대에 맞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카카오뱅크(323410)가 상장 직후 시가총액 40조 원을 넘어서며 기존 금융사를 위협한 것을 두고 “불편하면서도 자극받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기존 금융주가 시장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점과 카뱅의 시장가치가 고평가되고 있는 점이 작용한 결과 KB금융(22조 원), 신한금융(20조 원) 등을 제쳤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우리가 금융업을 할 때 어느 쪽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지 방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지주 내의 유일한 상장사인 NH투자증권(005940)만 봐도 시총이 3조 5,000억 원, 연 당기순이익이 1조 원으로 점쳐지는데 카뱅의 기업가치에 10분의 1밖에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개인금융만 제공하는 인터넷은행과 달리 농협금융이 공공금융·기업금융 등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외환·IB·글로벌 등 금융의 영역이 넓은 데 개인금융에만 초점을 맞춰 기존 금융회사들이 인터넷은행에 뒤처진다고만 볼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손 회장은 2016년 농협중앙회 기획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농협중앙회에서 신속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공공금융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선진국일수록 공공금융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데다가 민간과 공공의 영역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도 없다고 봤다. 손 회장은 “영업 점포만 봐도 농협은행이 1,000여 개 되는데 (효율성만 따지면) 300개도 필요 없다고 볼 수 있다”며 “개인 고객만 보면 영업점을 줄이는 게 맞지만 기업금융·공공금융 등 다른 영역에서 3분의 1가량의 이익을 내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협은행이 금고 계약을 맺은 지방자치단체만 944곳으로 국내 최대 수준을 기록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금융 본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농협금융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과 달리 농업·농촌·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수익원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의 존재 자체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손 회장은 ESG 또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지금 석탄발전소에 대해 30년 만기 대출을 해주고 나서 10년 정도 지나면 발전소 가동이 어려워지게 된다”며 “예고된 부실에 투자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SG는 금융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ESG 관련 요소를 여신에 적극 반영해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농협금융은 기후변화에 따라 재배 가능한 농작물이 변동되는 점을 반영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가축 분뇨의 연료화,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블라인드펀드를 통한 투자도 검토한다. 농업경제·축산경제 등 농협경제지주와 협력해 ESG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도 수립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1997년 IMF 위기, 2008년 리먼 사태는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구조 조정을 통해 해결했지만 코로나 사태는 (이와 다른) 처음 경험하는 위기”라며 “과거 금융회사가 어려울 때 공적자금을 통해 도움을 받았던 만큼 지금은 금융회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급식 등이 중단되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가 어려움을 겪는 등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외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농협금융의 지원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업 구조의 다각화와 전문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농협금융의 전 계열사에 생산성·효율성을 높이고 임직원들이 경쟁력을 키워나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He is...

△1962년 경남 진주 △1988년 서울대 농업교육학과 졸업 △1990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5년 농협중앙회 조직·인사제도혁신단 팀장 △2010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실 기획팀장 △2012년 농협은행 서울대지점장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2018년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 △2019년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2020년 농협은행장 △2021년~ 농협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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