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공무원연금 적자가 3조 원이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이 연금의 적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 2040년에는 12조 원까지 된다. 연금은 소득 상실에 대비해 일하는 동안 돈을 내서 기금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노후 또는 퇴직 때 급여를 받는 제도다. 연금이 적자 상태로 전환하면 노후 보장이 목적인 연금으로서의 속성을 잃게 돼 반드시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기본적으로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아서 적자가 발생하므로 이를 고쳐야 한다. 현재 공무원과 고용주인 국가가 합쳐서 소득의 18%를 연금보험료로 내고 퇴직 후 근속 기간 1년에 소득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데 한국연금학회는 지금 제도를 손대지 않고 놔두면 장래에는 연금보험료를 30% 이상으로 올려야만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공무원연금제도를 고친 것은 2009년과 2015년 두 번이다.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지 못해 이후에도 적자가 늘었지만, 현재는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늘어나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아무 대책 없이 계속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애초 공무원연금이 도입될 때처럼 박봉의 공무원을 지원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다. 국민연금과 비교해 훨씬 많이 받는 공무원들의 연금을 위해 세금을 더 내라고 할 명분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무원이 11만 명 이상 확대돼 인건비가 9조 원 늘었다. 현재의 비용에 더해 장래 연금 적자 보전에 들어가는 돈을 합하면 천문학적인 숫자다. 공무원은 민간이 돈을 벌어 내는 세금을 쓰는 사람들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데 세금 먹는 공무원을 늘릴 이유가 없다. 정보통신기술과 데이터 이용을 확대해 공공 부문 인력 소요를 줄여야만 한다.
국민연금은 더 큰 시한폭탄이다. 가입자 2,200만 명에 적립된 기금 규모가 900조 원이다.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비가 2.2 정도다.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의 가치가 두 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민간 금융기관에는 이런 상품이 있을 수 없는데 필연적으로 적자가 발생해 기금이 고갈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낮아진 출생률과 늘어나는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2050년대 초반에는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30대가 연금 받을 나이가 될 때 줄 돈이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했었다. 지급률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인데, 그러자면 연금보험료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하며 국회에 미뤄, 지금까지 잠잠한 상태다.
최근 여당의 청년 최고위원이 “이대로라면 당장 1990년대 이후 태생들은 국민연금이 고갈돼 받지 못할 게 불 보듯 뻔하다”라고 했다.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 경제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세대에 관한 일인데, 5년간 나라 살림을 맡겠다는 대선 주자들이 입 다물고 있다.
오히려 국민연금을 근간으로 하는 노후 보장 제도를 흐트러뜨리는 선거용 복지 대책을 내놓는다. 2012년 선거로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을 도입했는데 국민연금 틀 안에서 운용했으면 더 나았다. 현재 화두가 된 기본소득도 지급 대상의 상당수가 노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그 돈 나올 데가 있으면 연금을 살리는 게 맞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연금 개혁으로 선거에 졌지만, 독일 국민은 그의 선택의 결과로 더 나은 노후를 맞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 개혁도 진행 중이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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