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인공지능(AI) 기기에 들어가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첨단 반도체 분야 투자를 추진한다. 반도체를 우주사업·도심항공모빌리티(UAM)·수소와 함께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화 계열사인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는 최근 사내에 NPU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관련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NPU는 AI 시대에 각광 받는 반도체로 사람의 뇌신경망과 유사한 구조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뉴럴 프로세싱 유닛’이라고도 불린다. 기존 정보기술(IT)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했던 중앙처리장치(CPU)는 한 번에 한 개의 연산을 순차 처리하지만 NPU는 한꺼번에 수천 개의 연산을 동시에 진행한다. 하나의 판단을 위해 다양한 연산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시간 절약은 물론 저전력·저비용의 장점이 있다.
TF 팀장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윤종희 팀장을 영입했다. 윤 팀장은 삼성전자 DS 부문에서 핵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설계를 담당했다. 또 삼성벤처투자와 아이온자산운용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등 AI 관련 투자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한화그룹이 NPU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NPU 반도체는 삼성전자 LSI사업부도 차세대 사업으로 점찍고 2030년까지 연구 인력을 2,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안을 밝혔을 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전도유망한 사업으로 꼽힌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 NPU 기반 반도체 시장이 343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화임팩트는 그동안 영위해왔던 화학 분야는 물론 수소 에너지와 바이오·정보기술(IT) 융합, 차세대 정보저장 기술같은 유망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NPU를 미래 사업 아이템으로서 검토한 뒤 진용이 갖춰지면 본격적으로 반도체 설계 분야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임팩트 외 다른 계열사를 통해서도 반도체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폐쇄회로(CC)TV 사업이 주력인 한화테크윈은 지난 6월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개발을 총괄하던 우정호 상무를 영입했다. 그는 LG전자 외에도 퀄컴 등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회사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또 한화테크윈은 최근 국내 반도체 디자인 솔루션 회사와 협업을 시작했다. 향후 칩 설계 분야에서 한화임팩트와 한화테크윈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또한 한화그룹은 최근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반도체 장비 사업 전략 수립 경험이 있는 경력 직원을 모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차세대 사업으로 반도체를 점찍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한화그룹의 반도체 관련 투자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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