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노동계를 만나 경영계가 요구하는 유럽식 노동유연성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유럽처럼 노동유연성을 높이려면 해고가 쉬워지기 때문에 결국 고용안전성을 해치게 된다는 노동계의 입장에 공감한 것이다.
윤 총장은 15일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에서 김동명 위원장을 만나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소위 플렉시빌리티(노동유연성)는 자유로운 해고를 전제로 한다”며 “저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 위원장이 유럽의 유연안정성(노동유연성)이 사회적대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한 데 대한 답변이다. 노동유연성은 유럽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해고 요건을 완화한 대신, 실업급여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김 위원장이 노동유연성을 사회적 대화의 산물이라고 한 것은 정부나 경영계 단독으로 밀어부치면 안 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노동의 힘으로 견인되는 사회적 합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고용의 과도한 보장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고용은 안전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한국노총을 처음 방문했다. 그동안 친기업 정서가 강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위한 행보로 보인다. 앞서 한국노총은 윤 전 총장의 ‘120시간 노동’ 발언에 대해 친기업과 반노동 정서가 읽힌다고 공개 논평을 통해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때문에 예상됐던 윤 전 총장과 김 위원장의 설전은 이날 없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간담회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윤 전 총장은) 집권하면 노동계와 잘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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