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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IB씨] '롤린' 저작권 수익률 5,000%가 터진 무대

거래소 뮤직카우에서 2만원대 가격 100만원대 급등

해외선 KKR 등 수천억 규모 저작권 직접 투자 증가세





요즘 광고마다 등장하는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는 이른바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불리죠. 군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던 ‘롤린’은 2017년에 출시된 곡인데요. 당시 해체 직전에 있던 브레이브 걸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군심’ 을 흔들며 이제는 대세로 자리 잡았죠.

롤린의 성공으로 가장 덕을 본 사람은 물론 브레이브 걸스겠지만, 이 곡을 만든 사람들도 그 못지 않은 혜택을 받았을텐데요. 이 곡은 용감한형제·투챔프·차쿤이 작곡과 작사, 편곡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중 작사 작곡자는 이번 역주행에도 불구하고 저작재산권에 따른 저작권료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작자나 브레이브 걸스 같은 가수(실연자)가 일부 수익을 받을 뿐이지요.

작사와 작곡한 창작자는 롤린이 역주행 하기 직전인 2020년 저작권 거래 스타트업인 뮤직카우에 롤린의 저작재산권 100%를 넘겼기 때문입니다. 뮤직카우는 정현경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입니다. 정 대표는 울랄라세션의 '너와 함께', 바비킴의 '가슴앓이', 버스커버스커 '서울사람들' 등을 작사했는데요. 뮤직카우가 롤린의 저작권을 인수할 2020년에는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지금 같은 인기를 예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브레이브걸스 /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롤린은 뮤직카우에서 처음 경매될 때 2만 3,500원에 머물렀습니다. 뮤직카우에서는 경매가 끝나면 마치 공모를 거친 주식처럼 투자자끼리 사고 팔게 되는데요. 17일 기준 롤린의 저작권은 주당 115만 1,6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4.5% 포인트 오른 가격이네요.

단순히 계산해서 롤린을 1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익률은 5,000%를 넘는 셈입니다. 롤린 덕에 뮤직카우도 이름을 알리게 됐고, 지금은 장래 유니콘을 바라보는 스타트업이 됐네요. 뮤직카우는 설립 이후 3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뮤직카우는 저작권을 사들인 후 이를 쪼개 일반인을 상대로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기업입니다. 롤린의 경우 뮤직카우가 저작권을 완전히 인수했지만, 저작권의 일부를 뜻하는 저작인접권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원 저작자도 일부 저작권을 보유하는 개념이니 롤린처럼 뒤늦게 대박이 왔을 때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은 없겠죠.

뮤직카우는 직접 저작권을 사고 팔기 보다는 일단 산 뒤 이를 개인이 거래할 수 있도록 풀어 놓았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주가지수처럼 저작권 지수를 만들고 저작권료가 어디를 통해 얼마나 들어왔는지 공개합니다. 주식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죠.



뮤직카우가 롤린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거래소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직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투자 업계는 음악 저작권에 대규모 자본을 들여 투자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이에 뮤직카우는 직접 거래하지 않고 플랫폼을 마련하는 영리한 선택을 했습니다.

여기에 롤린 대박이 더해지며 젊은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뮤직카우의 거래액은 1,148억 원으로 1년 만에 5.7배 이상 커졌습니다. 저작권 투자에 갸우뚱하던 기관투자자도 거래소인 뮤직카우에는 지금까지 34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요. 해외에서도 저작권 투자는 아직까지 생소한 영역입니다만. 글로벌 펀드인 KKR이 직접 저작권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KKR은 올해 1월 아델·비욘세·스티비원더·조나스브라더스 같은 슈퍼스타의 곡을 작곡한 저작권자인 라이언데어의 원리퍼블릭에 2억 달러(2,355억 원)을 주고 500개에 달하는 저작권을 사들였습니다. KKR은 현재 BMG뮤직과 저작권 거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투자규모가 5억 달러(5,887억 원)가량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10억 달러(1조 1,775억 원)까지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거 블랙록이나 모건스탠리 등도 대중음악 관련 투자를 한 바 있는데요. KKR의 투자가 주목 받는 것은 완전한 저작권 이전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KKR은 음악계와 연예계 전반을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저작권 펀드가 순항 중입니다. 음악 저작권 투자 펀드 힙노시스 송펀드는 머라이어 캐리 등 스테디셀러 저작권을 확보해 상장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이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 펀드에는 1960~70년대 작곡가들도 저작권의 일부를 넘기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뒤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숨어 있는 명곡을 찾아 가치를 높이는 셈이죠.

아직 국내에는 저작권에 직접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벤처투자자나 기획사 등 업계 일부를 중심으로 수백억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해외 같은 대규모는 아직 없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전해 들은 국내의 한 대형 기관투자자는 “규모를 키워서 가져온다면 검토해 보고 싶다” 고 하더군요.

한국 대중 음악계의 특징은 가수 육성·음반 기획과 판매 등이 모두 한 회사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K팝의 성공을 가져온 이 같은 구조가 저작권 투자에서도 빛을 발하게 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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