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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금융일반
[뒷북경제] ‘올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전기요금의 딜레마

23일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

올해 들어 가파른 연료비 상승세 지속

한전·6개 발전사 4조 적자 전환 전망

심상치 않은 물가…서민경제영향 고심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올 여름은 그야말로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 힘들 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서울은 7월의 절반 가까운 보름이 폭염으로 기록됐고, 열대야는 한 달의 절반이 넘는 17일에 달했습니다. 밤에도 에어컨을 틀고 자는 집들이 적지 않았던 이유였죠.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외부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은 더 길어지게 됐고, 덩달아 냉방비 걱정에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예상해서일까요. 앞서 정부는 무더위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6월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동결했습니다. 전 분기(4~6월)에 이어 2분기 연속 동결 결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은 지나갔고 이제는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부는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23일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2분기 연속 동결된 만큼 올 4분기 전기요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우선 전기요금 인상 여부의 판단 근거가 되는 연료비 급등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습니다.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하는 이달 기준 직전 3개월(6~8월)의 연료비와 1년 전 연료비를 비교해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올 들어 정부는 단 한 차례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연료비 연동제의 논리대로라면 앞서 3분기 전기요금도 올렸어야 했지만 인상 대신 동결을 택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의 안정 도모’를 동결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 후로 석 달이 지난 지금 전기요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연료비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전력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용 연료탄은 올해 초 톤당 90달러 수준에서 5월 123달러까지 치솟은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앞서 서민경제 안정을 이유로 2분기와 3분기 전기요금을 잇따라 동결했던 정부로서는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죠. 인상 요인이 충분한데도 또 다시 전기요금을 동결할 경우 정부가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를 스스로 무력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력생산·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의 실적악화도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저렴한 에너지원 이용을 줄이면서 비용부담이 늘어난데다 연료비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계속 동결한 탓에 한전은 올 2분기 7,6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의 적자입니다. 한전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6개 자회사는 지난해 3,32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7,575억원의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처럼 한전의 경영난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또 다시 동결될 경우 한전 소액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세종시 금남면 한국전력공사 세종변전소를 찾아 여름철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물가관리를 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자칫 서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에 끼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상황에서 심상치 않은 물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올 들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8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2%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매빈도가 높은 품목 141개를 골라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3.4% 상승하며 체감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지급 등 물가상승 요인이 더해지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입니다. 전기요금 동결이 내년 3월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야당의 공세도 부담입니다. 결국 ‘전력기업의 경영정상화’와 ‘서민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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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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