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로 남북이 군사 합의를 체결한 지 만 3년이 됐다. 대한민국의 안보에 큰 구멍을 낸 이 불평등한 합의는 필자가 정치를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남북 군사 합의가 초래한 문제적 상황을 꼭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2018년 말 남북은 각각 GP 11곳을 철거했다. 당시 우리는 60여 개, 북한은 160여 개의 GP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똑같은 수의 GP를 철거했다. 현재 GP 전면 철수는 없던 일이 됐고, 북한과 GP 수의 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정말 바보 같은 합의다. 이 합의를 이끈 장본인은 3성 장군으로 진급해 군단장급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단장도 거치지 않은 정책 특기 장교가 서울을 방어하는 핵심 요직으로 영전한 것이다.
둘째, 북한은 군사분계선과 NLL 인근에 1,000여 문의 방사포·장사정포, 수백 문의 해안포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에 대비해 북한의 도발 징후를 신속히 포착하기 위해 무인기 등 감시정찰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군사 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비행·정찰이 금지됐다. 애써 공들인 감시정찰 기능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감시정찰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북한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셋째, 군사분계선 및 NLL 인근에서 포사격과 기동 훈련도 전면 금지됐다. 이 때문에 해병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자주포를 배에 실어 육지로 나르고, 장병은 헬기로 이동시켜 포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자주포가 빠진 백령도에는 김포 2사단에 있는 자주포를 옮겨와야 했고, 훈련이 끝나면 다시 가져가야 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추궁했다. 그러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해병 기동 훈련을 할 기회가 됐다”는 낯 뜨거운 대답을 했다.
넷째, 2018년 이후 한미 연대급 이상 실기동 훈련은 중단됐고, 3대 연합 훈련도 모두 사라졌다. 그나마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합 훈련마저 북한이 중단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하계 훈련, 지난해 화력 전투 훈련과 동계 훈련을 정상 실시했다. 북한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왜 우리 훈련만 문제 삼는가. 혹시 우리가 모르는 북한과의 밀약이라도 있는 것인가.
9·19 합의 이후 북한은 25회에 걸쳐 미사일·방사포 46발을 발사했고, 2019년 11월에는 NLL 인근 창린도에서 김정은이 직접 해안포 사격을 지휘했다. 지난해에는 고사포로 우리 GP를 조준 사격했으며, 올 6월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또 최근에는 영변 핵 시설을 통해 핵무기 원료를 제조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모두 합의 위반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굉장히 절제된 방식’이니, ‘사소한 위반’이니 하면서 북한을 두둔하지 못해 안달이다.
9·19 남북 군사 합의는 ‘우리 안보의 독(毒)이다’. 합의 폐기를 포함해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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