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례적인 완화 정책에 대한 조정의 필요성이 강화된 가운데 과거와는 달라진 환경 때문이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를 강하게 시사하고 금리 인상 시점도 2022년 말로 앞당겨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테이퍼링의 속도는 기존 예상보다는 다소 빠르게, 월별 150억 달러씩 축소되면서 내년 중반부에는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그동안 우리나라와 통화정책의 동행성이 높았던 영연방 국가들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들이 감지된다. 영국은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경제 상황의 진전으로 앞으로는 완만한 긴축으로 나아갈 것임을 밝혔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기준금리가 0.50%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테이퍼링 계획을 고수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는 곧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코로나19 방역 체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전 국민 70%, 성인 80% 이상의 백신 접종 완료를 기준으로 일상 회복으로 전환되는 위드(with) 코로나 정책의 도입이다. 이미 영국과 이스라엘·싱가포르 등은 신규 확진자 수 폭증에도 낮아진 치명률을 바탕으로 방역 규제를 철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확진자 수 증가로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10월 말을 기점으로 단계적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
둘째,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에 따른 억제 필요성이 강화됐다. 호주·노르웨이·캐나다·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초과했고 주택매매가격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등 주요 부동산 지표들은 역사상 가장 악화한 수준이다. 여기에 주식시장뿐 아니라 암호화폐 같은 투기적 자산에 대한 버블 논란까지 있어 금융 안정 차원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셋째, 인플레이션의 지속성과 중앙은행의 대응이 과거와는 달라졌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경기순환적이고 일시적이기보다 글로벌 해상 물류 지체와 공급 차질 등으로 상당한 지속성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조정되더라도 인플레이션 전망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용두사미형에 그쳤다. 중앙은행은 경기와 인플레이션 추이를 살피며 완만한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대체로 처음 목표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의 인플레이션 환경은 적어도 과거의 디플레이션 또는 디스인플레이션 환경과는 달라 보인다. 또한 같은 금융 안정 차원의 대응이지만 과거와는 그 강도가 다르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한두 차례가 아닌 100bp 수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체계의 변화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월 추가 인상 및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1.25%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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