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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튀김요리·락스청소…돌아온 건 폐암 말기”

노조, 급식실 환기기설 교체 촉구 기자회견

올해 47명 산재…10곳 중 4곳 환기 안돼

경기 한 초등학교 조리실에서 근무하다가 폐암 판정을 받은 A씨의 자필문 일부./사진제공=공공운수노조




조리실무사 A씨는 경기 한 초등학교에서 1998년부터 일했다. 그의 자녀들이 공부하던 학교였다. 조리실 일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쌀 씻는 기계가 없어 A씨와 동료 둘이 120kg 쌀을 씻어 매일 밥을 지었다. 튀김, 부침 요리와 오븐을 이용하는 게 일상이었다. A씨는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끝나면, 조리실은 전쟁터가 된다고 했다. A씨는 "밥판, 반찬통은 100개가 넘고 식판, 수저, 수저통까지 닦아야 한다"며 "배수로 찌꺼기는 매일 락스를 사용해 청소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루 일이 끝난 조리실 직원들은 모두 땀 범벅이 된다. 그러나 30~40분 쉴 수 있고, 8~9명이 모이는 휴게실에서 다리도 뻗지 못한다. 2014년 손목 터널 증후군 수술을 하고, 2년 후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던 A씨는 병원에서 급성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정년까지 자녀들의 학교에서 일하고 싶던 A씨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그의 바람은 앞으로 자신처럼 조리사가 폐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28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급식실 환기시설 교체 촉구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사연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올해 급식실 근로자 47명이 산업재해 보상신청을 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6세로 13년 간 조리실에서 일했다.



급식실 근로자의 건강 악화는 고된 노동강도와 미흡한 환기기설 때문으로 지적됐다. 이들은 요리를 위한 열로 덥고, 습한 환경에서 장기간 일하는 데다 락스, 오븐 세정제를 매일 사용해야 한다. 특히 튀김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폐암까지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가 5~6월 경기도 내 232개 학교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창문, 문으로 환기가 어려운 조리실은 37.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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