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투자자라면 최근 귀에 자주 들리는 말일 겁니다. 투자에서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요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탄소중립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움직임으로 인해 새로 열리는 시장인 탄소배출권선물 ETF라는 금융상품도 국내 증시에 새로 선을 보였습니다. 탄소중립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어떤 상품인지 궁금증도 클 겁니다. 이번주 ‘선데이머니카페’에서는 탄소배출권 ETF 상품의 특징과 향후 전망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지구를 위해 가야할 길 ‘탄소중립’에 투자한다
‘탄소중립’의 일차적 의미는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탄소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뜻하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 사회가 탄소중립을 위해 전 지구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온실가스를 아예 안내보낸다니, 그게 가능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실 겁니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0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나무를 심거나 석탄이나 석유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 시설에 투자하거나 자발적 감축실적(KCER)을 구매함으로써 상쇄해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당선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0) 을 제시하고, 당선되며 이제 탄소중립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지구와 인류를 위해 환경을 생각하자는데, 나서서 거부할 마땅한 명분도 없죠.
우리 정부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5월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는 8월 ‘2050탄소중립시나리오’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업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50년는 80% 감축하고 원전 비중을 현재 23%에서 2050년에는 6%로 낮추며, 신재생에너지를 70%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피할수 없는 흐름인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움직을 투자 아이디어에 적용해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아이디어에서 기획된 상품이 탄소배출권선물 ETF입니다. 이들 상품은 유럽 또는 미국의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을 추종해 움직입니다.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모든 상품이 그렇듯 수요와 공급이 만나 결정됩니다. 공급이 줄거나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겠죠.
증권가에서 탄소배출권을 유망하게 보는 요인은 각국 정부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정책으로 공급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7월 유럽위원회는 핏포55(Fit-for-55) 패키지 발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권 총량을 2005년 대비 61%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탄소배출권 연간 공급 감소율이 2.2%에서 4.2%로 높아지며 탄소배출권이 귀해지게 됩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할당되는 탄소배출권 공급 총량의 감소폭이 이전 대비 더 확대된다면, 탄소배출권 가격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죠.
수요도 백신 보급 및 위드코로나 본격화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의 무상할당이 줄며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사들여야 하는 탄소배출권의 양도 늘고 있죠. 게다가 탄소배출 저감 대상 산업군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이 역시 수요 증가의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KRBN은 잊어라…탄소배출권선물 ETF 국내 상장
지난달 30일 국내 최초로 탄소배출권 관련 ETF 4종이 새로 상장했습니다. 이전까지 국내에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ETF가 없어 해외 ‘KraneShares Global Carbon ETF(KRBN)'와 같은 해외 ETF에 투자를 해야했죠.
운용사의 한 마케팅 팀장은 “상장 첫 날 이정도 자금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홍보도 많이 됐고, 그간 국내 ETF를 통한 탄소배출권 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탄소배출권선물 ETF로 묶이긴 하지만 상품의 구성은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 이날 상품을 내놓은 3개사 중 유일하게 기자간담회를 할 정도로탄소배출권선물 ETF에 적극적인 신한자산운용부터 살펴보기로 하죠. 먼저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는 전세계 탄소배출권의 대표 종목인 유럽 탄소배출권선물(EUA)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기초지수는 S&P가 발표하는 S&P GSCI Carbon Emission Allowances (EUA) 입니다. 이 지수는 당해 마지막달물 유럽탄소배출권 선물을 담고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이나 신한자산운용이 유럽탄소배출권 선물만 거래하는 ETF를 내놓은 것은 유럽이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준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63.75유로로 연초 이후 94.8% 오르며 두배가 됐습니다. 지난해 유럽이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구요.
공급과 수요면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상품을 준비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도 가장 명확하면서도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는 KRBN과 동일한 기초지수인 IHS Markit Global Carbon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고 있는 ETF입니다. IHS Markit Global Carbon 지수는 현재 유럽 탄소배추권 선물에 더해 미국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 선물(CCA), 미국 동부 탄소배출권 T선물(RGGI)을 구성종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향후 배출권 거래 시장의 성장에 따라 중국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배출권 종목의 편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죠. 특히 이 상품의 경우에는 합성 운용 방식의 ETF로 IRP 등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매매가 가능한 점도 두 ETF가 다른 점입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운용센터장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글로벌한 공조는 더욱 강화가 될 것이고, 그 흐름 속에서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중장기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으로 전망된다.”라며 “탄소배출과 관련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를, 유럽뿐 아니라 향후 성장과 발전을 할 시장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 IHS(합성)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의 기초지수는 ICE EUA Carbon Futures Index ER로 유럽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유럽연합 탄소배출권(EUA)의 가장 가까운 12월물 선물가격을 따릅니다.
글로벌 상업거래소 중 하나인 ‘대륙간거래소(ICE)’에 상장된 EU 탄소배출권 EUA선물 중 12월물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역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 ETF는 내놨습니다. 이 상품은EUA(유럽)과 CCA(캘리포니아), RGGI(미국 동부) 탄소배출권의 가장 가까운 12월물 선물 가격을 결합한 글로벌 탄소배출권 선물지수인 ‘ICE Global Carbon Futures Index(Excess Return)’를 추종합니다.
◇증권가 “탄소배출권, 2030년엔 지금의 최소 2배”
이들 상품은 상장 첫날인 지난 달 30일 조정장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1% 대의 상승폭을 보이며 탄소중립이라는 이름답게 산뜻한 시작을 알렸습니다. 비록 다음날인 지난 1일에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긴 했지만요. 경쟁 때문인지, 이번에 상장한 4종의 ETF는 KRBN의 운용보수(0.79%)보다 낮은 수준의 총보수(0.50~0.64%)가 책정됐습니다. KRBN에 투자하면서 운용사에게 주는 보수가 아깝다는 분들은 갈아타시는 것도 방법일 듯 하네요.
증권가에서는 이들 4종의 ETF에 투자할 때 유동성, 환헤지 여부 등을 고려하라고 조언합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재봉쇄로 인해 이연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유로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기에 환헤지 상품이 유의미해 보인다”며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의 경우 환헤지를 적용하고 있고, AP/LP 참여사가 7개로 여타 ETF(2개) 대비 많아 유동성이 확보되는 만큼 거래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 전망을 밝게 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가 상향, 다양한 투자 주체가 추가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상승론의 배경입니다.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NGFS(전 세계 중앙은행및 감독 당국 협의체) 는 지난해 말 톤당 22달러였던 글로벌 평균 탄소가격이 2050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에는184달러로 8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OECD는 톤당 147달러, IEA는 13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투자상품으로서 모멘텀도 풍부합니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12일까지 파리에서 지난해 미뤄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개최됍니다. 아직 온실감스 감축과 관련해 기존의 국가별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공약 및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 제안이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강력한 대책이 나올 경우, 탄소배출권 가격엔 호재로 작용하겠죠.
또 한가지 장점은 분산투자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은 전통적인 자산들 및 타 자산군들과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배분, 위험 분산에 있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단기 변동성은 유의해야합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준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63.75유로로 연초 이후 94.8% 오르며 두배가 됐습니다. 어마어마한 성과인데요. 이 때문에 KRBN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었고, 탄소배출권 선물 ETF 출시도 앞당겨졌겠지만, 증권가에서는 투기적 수요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유럽의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은 거의 2배 증가했는데, 이 같은 상승의 이면에는 투기적 거래 포지션의 급증도 한 몫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럴 경우, 예상보다 가격이 덜 오르거나 급격히 하락하는 일도 있을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급등한 상품에는 손이 안가긴 하는데… 과연 이렇게 오른 상품이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을지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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