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껑충 뛴 집값과 전셋값에 은행 도움 없이는 셋집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결국 집값을 올린 것은 정부 인데 그 피해는 수요자들이 지는 모양새”라며 “무차별적인 대출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 죽어야 하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집단대출 규제 풀어주세요'라는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거의 11년 만에 아파트가 신축돼 오는 10월 27일부터 첫 입주가 시작되는데 이 시기에 금융위원회에서 대출 한도를 축소시키고, 은행들은 집단대출을 고금리에 선착순으로 실행해주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출받아 잔금을 치러야 하는 서민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돈 없는 서민은 입주도 하지 말고 길거리에 나앉아 죽으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외에도 대출 규제를 풀어 달라는 청원이 적지 않다.
금융권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 수요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0.4%포인트 가량 급등한 반면 대출 한도는 크게 줄면서 대출자들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2.981~4.53% 수준이다. 한 달 전인 8월 말(2.62∼4.190%)과 비교하면 하단과 상단이 각 0.361%포인트, 0.3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반면 은행권 대출 한도는 크게 줄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최대 절반 이하로 깎인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대출 규제 고삐를 더욱 조인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고강도 대출규제의 부정적 여파를 우려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경기가 어렵다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총량만 묶는 건 부작용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일괄적인 대출규제는 생계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한 예로 갭 투자를 잡겠다고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며 “전세 시장에 혼란을 불러 온 임대차 3법은 건드리지 않고 금융권 대출 규제를 가할 경우 주택 시장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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