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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역사왜곡·규제에 엔터·게임업계 '몸살'...기술·정보유출 우려도

[커지는 차이나 머니 리스크]< 하 > 중국 자본 '독이 든 성배'인가

中 '아이치이' 드라마 방영권 잇단 매입에 방송가 긴장

사드사태 이후 게임은 유통 허가증 발급 사실상 막혀

계약 불이행도 다반사...묻지마 투자유치는 경계해야

위안화/사진제공=연합뉴스




올해 초 역사 왜곡 논란으로 폐지된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는 우리 사회에 중국 자본이 얼마나 넓고 깊게 침투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제작진 측은 “100% 국내 자본으로 만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의 모회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텐센트·상하이펑잉 등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 또 드라마를 쓴 박계옥 작가는 한중 합작 제작사와 계약 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박 작가가 YG스튜디오플렉스와 출시했던 드라마 ‘철인왕후’도 마찬가지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받는 중국 자본은 엔터테인먼트 산업뿐 아니라 인터넷·게임 등 정보기술(IT) 업계 곳곳에도 스며들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재무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순수한’ 중국 자본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지분 투자 등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가진 기술과 정보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조선구마사 사태 재연될라’…긴장감 팽배한 방송가=대중문화계는 ‘철인왕후’와 ‘조선구마사’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방송가 역사 왜곡 논란을 계기로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짙어진 상태다. 오는 15일 처음 방송되는 tvN 텐트폴(대작) 드라마 ‘지리산’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가 해외 방영권 라이선스를 사들였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아이치이는 드라마 제작비의 60%가 넘는 금액을 주고 해외 방영권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한국 드라마를 앞세워 덩치를 키운 다음 중국 드라마의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드라마 제작에도 간섭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있다. 지난 7월 종영된 tvN의 ‘간 떨어지는 동거’를 비롯해 올 12월과 내년에 방영 예정인 tvN의 ‘배드 앤 크레이지’ ‘별똥별’ 등 아이치이 오리지널로 불리는 작품들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방송가는 두 차례 큰 홍역을 치른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중국 측 대규모 투자는 국내 제작사 입장에서 호재이기도 하지만 자칫 국내 반중 정서를 건드렸다가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한국 콘텐츠 규제로 인해 중국 내 정식 방영이 어려워 중국 자본이 노골적인 역사 왜곡 등의 행보를 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을 가져가는 선에 그쳐 당장의 영향력은 없다는 것이다. 김원동 한중콘텐츠연구소 대표는 “현재 상황은 흔히 생각하는 중국 자본의 제작 투자 참여와는 차이가 있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텐센트/사진제공=블룸버그


◇中 진출 위해 손잡은 텐센트, 이제는 리스크로=게임 업계도 중국 자본의 의존도가 높은 업종 가운데 하나다. 기술 개발, 인재 유치 등 성장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중국 기업들과 가까울수록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업계 곳곳에 손을 뻗어 존재감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중국 ‘IT 공룡’ 텐센트다. 텐센트는 ‘3N’ 중 하나인 넷마블(251270)의 3대 주주일 뿐만 아니라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크래프톤의 2대 주주다. 로얄크로우·액트파이브·라인게임즈·앤유 등 중소형 게임사들의 주요 주주로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게임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限韓令)으로 2017년부터 중국에서 판호(유통 허가증) 발급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처럼 판호를 발급받았는데도 게임을 출시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최근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규정하며 규제를 강화하자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부상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중국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 자본은 해외 자본인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 구축이나 활성화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계약 불이행도 밥 먹듯 한다”고 지적했다.

◇유출 위험에 노출된 ICT 첨단 기술=중국 자본의 지나친 잠식은 기술 탈취, 정보 유출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 한 대형 게임사는 중국 자본에 통째로 넘어갈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업계에는 텐센트가 넥슨 인수를 추진한다는 루머가 수년째 돌고 있을 정도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중국 자본이 단순히 재무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한국에 투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거나 역량을 빼가는 목적으로도 투자를 하기 때문에 무작정 투자받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자본은 언제 어디서 리스크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며 “이사회 지분을 토대로 원하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지식재산권을 뺏어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장 자금이 필요한 국내 기업들에 투자해 기업을 육성시킨다는 점에서 중국 자본의 역할은 긍정적이다. 또 투자나 투자 유치는 기업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중국 자본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리스크를 피하면서 중국 자본과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곽 교수는 “공적 가치가 중요한 영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도 “특정 국가를 겨냥하고 제도를 만들다가는 우리도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 학회장은 “결국에는 기업 자율에 상당 부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협력 관계를 맺을 때도 계약 내용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저작권이나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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