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 공공기관이 10%가 넘는 연체이자(연체보증료)를 적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공공기관은 연체이율의 공개를 꺼려왔는데, 전체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공식적으로 각각 8%의 손해금률(연체보증료)을 적용하고 있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서울경제가 취재한 결과 기보는 약 10% 수준에서 창업자들과 계약을 맺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보증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연체이자(손해금율) 결정 제시안을 고려해 관리비용,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타인에게 제공될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여 수치를 결정한다.
IBK및 IBK캐피탈은 15%, 한국벤처투자는 15%~20% 안팎의 이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한국벤처투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20%가 넘는 지연이자율을 적용했지만, 최근 관련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 이자율을 준용해 1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매년 청년창업전용자금 사업을 운영 중인 중소벤처기업진홍공단의 경우 이례적으로 6%안팎의 연체이자(지연배상금)을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진공 측은 “2019년 1월부터 지연배상율을 12%에서 6%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청년 창업가들은 10%대 연체이자는 물론이고 6% 수준 조차도 갚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법인 폐업을 수개월 내 예정 중인 한 청년 창업가는 “(중진공) 사업의 경우 3년 거치 기간이 지나면 바로 갚아야 하는데, 1억 원을 빌려 월 280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업을 그만둬서 취직을 한다고 해도, 만약 연체까지 된다면 월급으로는 이자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창업가들은 2018년 창업가들의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연대보증을 전격 폐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경영심사책임제 등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영화 컨텐츠 관련 사업을 준비했던 A 대표는 2년 넘는 기간 동안 기술보증기금과 소송전을 벌여야 했다. A대표는 3년 전 기보로부터 연대보증을 면제 받는 대신 투명경영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사태가 터지며 영화 사업이 좌초돼 보증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는데, 기보는 ‘SPC 목적 법인을 만들어 대출금 횡령을 시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한 것이다.
A 대표는 “영화 업계의 관행 등이 참작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민사 소송에서도 지난해 말 승소했지만 기보는 항소를 결정했다”며 “이처럼 소송을 지속하는 것은 책임경영 협약 위반으로 몰고 가 연대보증 책임을 지우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보증기관은 창업가와 연대보증 계약을 맺지 않았어도 책임경영 협약 및 성실경영 협악 등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할 경우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와 수년간 지속된 정부의 창업 진흥책의 결과로 청년 폐업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채무 압박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라도 연체이자율 조정, 연대보증 사각지대 해소 등의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29세 이하의 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8%, 30~39세는 0.57%다. 전년 대비 각각 0.38%포인트, 0.21%포인트나 급증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연체율 증가폭이 큰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들어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홍정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청년창업자금 부실금액은 24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21년 8월 기준 부실금액은 이미 230억원에 이르러 작년 수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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