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입 사원 교육은 개더타운(Gather town,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기업들이 대면·비대면 업무 효율 모두를 추구하는 새로운 업무 형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활용해 비대면과 대면의 장점을 혼합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에서 ‘가상현실 사무실’을 구현해내기도 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회사 출근을 비롯해 대면 회의, 출장 등이 정상화되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만 코로나19로 새롭게 도입되거나 확산된 비대면 기업 문화가 융합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버스 가상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형태 등 아예 새로운 근무 형태도 등장했다. 기업 문화도 단체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업·현장직처럼 완전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업종, 일반 사무직 등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갖는 업종, 스타트업·정보기술(IT)·게임 업계처럼 비대면 근무 방식이 정착하는 업종으로 나뉠 것”이라며 “특히 스타트업은 사무실이 아예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원격근무나 새로운 형태의 근무 방식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의 43%가 재택근무 유지…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잡코리아가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 534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 조사를 보면 기업의 43.7%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전의 근무 형태로 돌아가겠다는 의견은 15.8%에 그쳤다. 인사 담당자들은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와 ‘재택근무로 회사 운영 경비가 줄어든 것’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4월 매출 100대 기업(82개 기업 응답)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해소된 후에도 재택근무가 활용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43.6%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답변은 56.4%였다.
4년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 모(29) 씨는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해야할 때는 업무 효율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며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적은 임대료로 작은 규모의 공유 오피스를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좋은 점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드 코로나’를 하더라도 감염 우려가 여전한 만큼 물리적인 업무를 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기업들이 각 업종과 직군마다 생산성을 따져 근무 형태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 사업장에서도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 업종과 직군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술자리·회식 문화 변화 불가피…더블잡·이직 등 활발해질 듯=재택근무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뉴노멀이 되면서 기업의 사내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상적 단계 회복으로 회사에 복귀하더라도 코로나19 이전보다 회사 구성원들의 접촉이 줄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 사원들은 회사에 애착을 가질 기회가 적어 공동체라는 회사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MZ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사회 전체에 스며드는 속도가 ‘위드 코로나’로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식 분위기 등 사내 친목 활동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이전 회식을 자주 하던 회사도 빈도를 줄이는 등 새로운 분위기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십 명이 한 공간에 모이는 대규모 회식은 아예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밤 10시 영업시간 제한이 오랜 기간 유지된 만큼 술자리 문화 역시 그대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20대 직장인 김 모(29) 씨는 “집이 회사와 멀어 회식이 늦게 끝나면 다음 날 출근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찍 파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역 수칙이 완화되면서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까 우려되기는 하지만 잦았던 회식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직업을 갖는 ‘더블잡’이나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시간이 많아지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나 모(29) 씨는 “따로 떨어져 근무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직장과 개인 여가가 확실히 분리되는 느낌”이라며 “집 인근에 작은 카페를 창업해 운영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년 동안 다양한 근무 형태를 경험해보면서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근무 방식과 스타일을 알게 됐다”며 “이제는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업무나 근무 형태를 찾아 유연하게 이직하는 새로운 문화가 속도감 있게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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