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000210)그룹이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을 하기 전부터 DL 측 임원을 대거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DL그룹은 그룹 내 기술·재무통을 모조리 여천NCC에 투입하며 보다 정확한 재무 현황파악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이달 7일 김길수 DL케미칼 사장을 여천NCC 신임 공동대표이사로 발령했다. 김 신임 대표는 비상근직인 여천NCC 이사를 맡고 있었는데 신임 공동대표가 되며 상근직으로 전환됐다.
김 대표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DL케미칼에 입사했다. 연구소장·여수공장장·사업개발본부장 등을 거쳤고 202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대표는 DL그룹 내에서 가장 전문성이 높은 화공 엔지니어로 평가받고 있다.
DL은 그룹 내 재무통인 정재호 DL그룹 재무담당임원(CFO)도 여천NCC에 투입했다. 비상근직인 감사로 여천NCC 경영에 참가하고 있던 정 CFO는 기획총괄 전무로 발령이 나 상근직으로 근무하게 됐다. 두 인물이 새 직책을 맡게 되며 공석이 된 이사와 감사 자리에는 각각 서중식 DL케미칼 영업총괄과 최동열 DL케미칼 재무담당을 임명했다.
한화솔루션(009830)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각각 대표이사 1명과 이사 2명, 감사 1명, 임원 1명씩 여천NCC에 투입한다. 이 중 이사와 감사는 비상근직인 반면 대표이사와 임원은 상근직으로 여천NCC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다.
DL이 그룹 기술 전문가와 재무통을 모조리 상근직으로 여천NCC에 투입한 것은 위기에 빠진 여천NCC에 대한 면밀한 경영 진단을 하기 위해서다. 앞서 여천NCC는 21일까지 360억 원의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위기에 놓였지만 한화(000880)와 DL이 각각 15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의 자금 대여를 결정하며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자금 대여를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도 DL그룹은 무분별한 자금 지원보다 정확한 경영 상황 파악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미 3월에도 DL과 한화가 1000억 원씩 증자를 진행했는데 불과 5개월 만에 디폴트 위기에 빠진 이유 등 경영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DL그룹은 “현금흐름은 왜 안 좋아진 것인지, 영업하락 때문이라면 자구책은 얼마나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갖춰져 있고 그것들을 실행했을 때 주주가 얼마나 지원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합리적인 지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여천NCC의 펀더멘털 개선과 정확한 재무 현황파악을 위해 그룹 내 가장 전문성이 높은 엔지니어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지주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재호 상무를 기획임원으로 보내면서 여천NCC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발 빠른 조치를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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