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 대부분은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지금처럼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탄소 중립 정책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고려할 때 원자력발전 비중을 확대(79.3%)하거나 유지(15.5%)해야 한다는 응답은 94.8%에 달한 반면 줄여야 한다는 비중은 5.2%에 그쳤다. 이번 설문은 한국에너지학회·한국원자력학회 등 에너지 관련 학회 회원 1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문가의 69.0%는 2030 NDC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또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8월 공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산업 부문 감축안(2018년 대비 79.6% 감축) 역시 지나치다는 응답이 79.3%로 다수였다.
2030 NDC 상향 조정이 국가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89.7%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정유업과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각각 92.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시멘트(91.4%), 철강(89.7%), 자동차(68.1%), 반도체(67.2%) 등의 순이었다.
탄소 중립 추진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재생에너지·원자력 등 무탄소 에너지원의 확대와 적절한 조합’이라는 응답이 40.8%로 가장 많았다. 적극적인 의견 수렴으로 합리적 감축 목표 수립(29.6%),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R&D) 지원(11.6%) 등이 뒤를 이었다.
탄중위 목표대로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56.6~70.8%로 확대하고 원자력발전을 6.1~7.2%로 축소하면 전기요금이 어느 정도 인상될지에 대한 질문에는 ‘50% 이상’이라는 응답이 66.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탄소 감축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철강 업종의 경우 탄소 감축 기술이 2030년까지 상용화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75.9%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석유화학·정유 업종은 75.0%, 시멘트 업종은 72.4%였다.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역시 69.8%가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새로운 에너지 발전원으로 꼽히는 수소 발전이나 암모니아 발전에 대해서도 각각 부정적 전망이 65.5%, 74.2%로 조사됐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과 수소·암모니아 등 신에너지를 도입하기 어려운 만큼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발전의 비중 확대,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강화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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